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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May 09. 2020

운전 다이어트 2

나의 운전 스승은 유튜브였다.

수능 다음으로 열심히 공부했던 것을 뽑아보라면 난 운전을 뽑겠다. 드라마에서 전교 1, 2등 하는 친구들을 보면 스트레스성으로 배탈이 나곤 한다. 나는 그 전교 1등이 걸린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운전하며 겪었다. 대개 운전 연수를 받고 나면 1달 정도는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동승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집엔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바로 스파르타 실전으로 돌입했다.

전 직장은 집에서 차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내 첫 드라이브 코스는 자유로와 강변북로를 지나가는 경로가 되었다. 차를 운전하는 날이면 내가 그 육중한 기계를 끈다는 게 부담이었는지, 도로의 운전 선배님들이 무서웠는지 운전을 할 때면 입안이 바싹바싹 탔다. 이건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운전을 하고 나면 입안이 정말 바싹바싹 말랐다. 퇴근시간이 되어 운전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발동되어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위도 쓰려서 입맛도 없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다른 걸 해도 그렇게 안 빠지던 살이 운전을 하면서 2kg이 쑥 빠졌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운전을 공부하듯이 배웠다. 내가 공부한 방법은 유튜브와 게임(?)이다. 먼저, 나의 스승은 감히 유튜브라 할 수 있다. 유튜브에는 나와 같은 초보 운전자를 위한 영상이 많이 있었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은 유튜브는 '미남의 운전교실'이다.

운전에서 어려운 부분인 주차, 끼어들기, 올바른 차선 타기는 물론이고 초보운전자들이 어려워하는 도로를 실제 운전으로 보여주는 영상도 있다. 가령, 영등포 로터리는 어려운 주행 코스 중 하나로 뽑히는데 이 도로를 주행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실제 도로를 운전하면서 보여준다. 이 유튜버는 운전 강사이기 때문에 실제 학생과 실습하는 영상도 올린다. 이 영상을 보며 동병상련으로 위안을 받기도 했다.

운전 공부하며 정리한 필기노트

미남쌤 유튜브로 후진주차, 평행주차, 모의 주행 등 필기까지 해가며 참 열심히 공부했다. 아직도 익숙지 않은 주차를 하게 될 때면 이때 필기했던 노트를 꺼내보곤 한다. 형광펜에 밑줄까지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하다니 절박했던 내 모습에 실소가 난다.


이것 외에 운전에 의외로 소소한 도움이 됐던 것은 게임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오락실을 안 가던 내가 운전연습한다고 오락실에 가서 레이싱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사실 이건 크게 도움이 안 됐고 모바일 앱의 '주차의 달인'이라는 게임이 유용했다.

이 게임은 실제 핸들과 페달을 조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레벨별로 주차 난이도가 어려워지는데 주차상황별로 얼마큼 핸들 조작을 해야 하는지 연습해볼 수 있어서 이 게임으로 모의 주차 연습을 하곤 했다.

이제 운전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내 차 앞 범퍼는 이리저리 긁히며 자국들이 더해가지만 초보 운전 탈출을 위해 나는 오늘도 도로에 나선다.


2019년

오늘은 네 엄마와 드라이브를 하는 날이야. 혼자 운전할 때는 잘 몰랐어. 하지만 옆 좌석에 누군가 앉으니 네 운전은 좀 더 조심스러워져. 다른 사람의 목숨이 네 운전대에 달려있다는 느낌이랄까. 동시에 누군가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뿌듯함도 함께 해.

오늘의 행선지는 인천이야. 아마 이곳은 너 혼자라면 절대 안 갔을 거야. 함께 할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기뻐할 거라는 사실이 너를 이곳으로 이끌게 만들어. 먼저 인천 앞바다에 차를 세우고 해안가를 걸었어. 집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 풍경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이야. 탁 트인 바다를 보고 바닷바람도 쐬고 물 속도 살펴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듯해.

행선지를 이동해 차이나타운에 갔어. 차이나타운에 가면 중국음식은 꼭 먹어야겠지? 여러 중국집에서 한 군데에 들어가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먹었어. 차이나타운에서 먹는 중국음식은 뭔가 더 특별하고 맛있는 기분이야. 후식으로 화덕만두도 먹고, 집 가는 길에는 전병도 두둑이 사 가지고 가니 여느 사람 부럽지 않아.

운전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 누군가와 함께 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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