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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Jun 14. 2020

오 이탈리아, 오 르네상스 1

이탈리아 전국일주 패키지

서양화 전공을 하는 이들에게 유럽은 꼭 한 번쯤은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다. 르네상스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인상파 마네와 모네의 태생지인 프랑스, 스페인의 피카소와 가우디 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도 퇴직금을 모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가들의 조언 중 하나는 남들과 똑같은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여행 테마를 잡으라는 것이다. 나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그러리라 다짐했다. 막상 해보니 그 이야기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이 두가지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여행에서 본전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이탈리아에는 소매치기가 많다는 흉흉한 소문으로 혼자 가면 위험하리라는 두려움이 더해져 '8일 이탈리아 전국일주 패키지'를 덜컥 신청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8일 만의 이탈리아 전 지역을 돌아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정이었는지를.

출발일이 다가왔고 공항에서 나의 여행을 책임질 여행사의 깃발을 찾았다. 내 나이 또래는 유럽여행은 대개 자유여행으로 가기 때문에 패키지의 온 사람들의 연령대는 중년 부부 이상이었다. 거기에 쭈뼛쭈뼛 서있는 새파랗게 젊은 사람 하나가 바로 나였다. 다행히 비슷한 연령대의 언니가 있어 여행 내내 짝꿍처럼 붙어 다녔다.

경유하여 반나절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우리 팀의 이동을 책임져줄 버스 기사님도 만났다. 이동하며 가이드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의 문화에 대해 들으니 길었던 비행에 쌓인 여독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설렘이 다시금 자리 잡았다. (다음편에 계속)


2008년

대학생 때 필수 전공 수업 중 하나가 미술사 수업이야. 고등학교 때 얇은 미술책 하나로 배운 미술사를 두꺼운 참고서적과 강의실에서 교수님께 배운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자부심이 들지.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야. 역사 속에서 현재를 반추하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돼. 넌 그 수업에서 네 그림의 맥락과 뿌리를 찾고 싶어 해. 네 그림은 어떤 미술사적 맥락에 놓을 수 있을까?

화가 하면 가난한 이미지가 떠올라. 그림이 안 팔려 배고픔에 굶주리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천재말이야. 하지만 수업을 통해서 그 이미지는 현대미술이 만들어낸 화가의 이미지고 화가도 한때는 사회에서 대접받는 다른 직업들과 동등한 위치를 가졌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빈치 등 르네상스의 화가들이 그러하지. 직업인으로서의 화가 개인이 한 땀 한 땀 완성한 마스터피스가 주는 그 유일무이함과 역사성은 현대 미술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 중 하나일 거야. 너는 교실 한 편에서 그 시절의 화가를 상상하며 눈을 반짝여.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서 그 작품들을 네 눈으로 직접 마주하리라 다짐해. 그리고 그 작품만이 주는 아우라에 흠뻑 젖기를, 그 그림에 쌓인 시간의 켜마저도 녹진하기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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