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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Jun 28. 2020

매너리즘

회사 생활 적응기

"은지 씨는 요즘 매너리즘 상태인 것 같아요."

어느 날 대표가 나를 따로 불러서 이야기했다. 매너리즘? 생각해보지 않은 단어였는데 우선 순종적으로 네네 답했다. 그 말씀을 들은 후 나의 최근 회사 생활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처음 입사했을 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재밌었고 그런 과정에서 성장하는 나 자신이 뿌듯했다. 그러나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익힌 기술들을 바탕으로 어떠한 '성과'를 내야 했다. 회사라는 곳도 결국엔 이윤이 나야 하는 곳이기에 인간관계, 복지도 사실 이윤 창출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회사의 압박과 작은 회사에서 일당백으로 일해야 하는 것들에 지쳐있었던 듯싶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업무 지시에 무비판적으로 따를 수 있었지만 경험이 생기면서 '내가 해 본 것이 있으니까'라며 해야 하는 업무에 비판적인 관점이 생겼다.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작동해서 어떤 업무지시나,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거부감부터 들었다. 그것은 이래서 안돼요, 저래서 안될 것 같아요 등등.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신입 때의 패기 어린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 대표가 쓴소리 한 것이다. 그 후로 업무 지시에 반발심이 들 때마다 대표와 나눈 이야기가 채찍질처럼 나를 내려쳤다.

하루 종일 심란한 마음이 들어 무슨 방법 없나, 유튜브를 틀었다. 예전 같으면 조언 구할 곳이 없어 끙끙 앓았을 텐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언제든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도움이 됐던 유튜브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유세미의 직장 수업이다. 이것을 통해 정리한 직장생활 잘하는 팁은 이렇다.


1. 기업 문화는 불평해봤자 나만 손해다. 회사의 문화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 하듯, 기업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일을 그만두던지 아니면 속으로 불평하더라도 겉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말고 묵묵히 다녀야 한다.

2. 회사의 장점과 비교하여 그만두는 것보다 다니는 것이 이득이라면 그 단점은 감수하며 다니자. 물론 그 단점이 치명적이라면 그만두어야 한다.

3. 회사를 다니기로 했으면 다른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노력해서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럼 나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말 수평적인 회사가 아닌 이상 회사에는 직급이 있고, 위계질서가 있다. 상사에 대해서 할 말은 네, 알겠습니다. 네 해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 마디면 거의 다 된다.(부정직한 일은 제외) 반발이 든다면 회사 사람들 앞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 후 따로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4. 회사를 돈 받고 수양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나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다가오지도 않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나에게 칭찬하는 것에 인색하다. 그러다 보니 호기심 가득한 시기가 지나면 불만과 불안이 생기곤 했다. 이런 것이 반복된다면 나의 부정적인 태도를 없애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회사는 돈 받으면서 이런 카르마를 없앨 수 있는 수양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5. 나의 꼴을 똑바로 바라보자.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비난을 받을 때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난 이런, 이 정도의 사람인데' 라며 자신의 상을 그려놓고 그에 미치지 않으니 실망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흡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런 상을 버리고 지금 나 자신의 수준을 받아들이고 그 수준에서 변화하는 나를 보고자 한다면 비난과 타인의 시선에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다.


회사 생활을 몇십 년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이러한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안 것이 어딘가 하며 위로해본다. 말은 쉽지, 결국 실천은 내 몫이다.


2020년

쉽고 편한 회사 생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넌 알고 있어. 그런 회사를 가더라도 넌 또 다른 고민을 할 거라는 것을. 넌 우울한, 염세적인 사람일지도 몰라. 아니면 상황 때문에 그런 태도를 갖게 됐는지도 모르지.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어떠한 태도가 필요하더라. 긍정적인 태도, 적극적인 태도, 책임감 있는 태도 등 말이야. 처세술이나 자기 계발서의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라는 말이 그렇게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결국 회사생활을 잘하기 위해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태도의 변화였어.

회사일로 하루 종일 심란해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걱정돼. 그래도 넌 방법을 찾고 있고 네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할 거야. 당장 내야 할 돈이 있고, 무슨 일이든 해야 넌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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