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2년 먼저 비워둔 아이의 앞 니

나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by 제이그릿

아이가 첫 유치를 뺐다.

오른쪽 아랫니를 빼니 작고, 앙증맞은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진: Unsplash의Imani Bahati


보통은 아래 앞니가 빠지고, 그다음이 윗니인데

우리 아이는 윗니부터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것도 벌써 2년 전의 일이었다.

아이가 세 살쯤이었나.

아니, 어쩌면 두 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 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꾸려가던 시기.

틈틈이 쪼갠 시간으로 아이를 돌보고,

다시 일에 집중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때였다.


그날 저녁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 둘을 욕조에 앉혀놓고

잠시 건축사사무소 소장님과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단 몇 분, 눈을 떼었던 그 사이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큰아이가 동생과 놀아주려 수건을 들고

장난을 치다가 순간 중심을 잃었고,

둘째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욕조

모서리에 입을 부딪혔다.


두 개의 앞니 중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신경이 죽어버렸다.


나는 오래도록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언제나, 계속해서 되돌리고 싶었던 기억이었다.


일이 뭐라고, 그 짧은 통화가 뭐라고.

내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아이는 다치지

않았을 텐데.

자책과 후회, 미안함이 오래 남았다.


그렇게 다친 앞니로 우리 아이는 몇 년을

그 모습 그대로 자라주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언제나 환하게 웃었다.

부러진 앞니로도,

살짝 비어버린 웃음으로도 참 예뻤다.


그리고,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언젠가 빠질 이였기에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신경이 쓰였는데

5살 어느 날, 결국 유치원에서 그 이가

빠졌다는 소식이었다.


하원하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의 얼굴이 활짝 웃었다.

비어버린 앞니를 보여주며

“엄마, 내 이 빠졌어!” 하는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놀랐을 아이를 먼저 살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이제 약한 이는 빠졌으니까 더 괜찮아질 거야.

곧 예쁜 새 이가 날 거야.

이빨 요정이 선물도 줄 거고.”

가짜 이빨을 해줄까 물으니

아이의 대답은

“안 해. 괜찮아.”


그렇게 아이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앞니를 비워둔 채 자랐다.


그리고 마침내,

첫 유치를 뽑은것이다.


아랫니 아래로 조그맣고 하얀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작은 이를 보며

나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대가를 감수하며 배워왔는지.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이쁜 앞니를 비워두었고,

나는 성장했고,

그럼에도 아이는 웃으며 자라주었다.


이제는 정말,

우리 아이의 예쁜 새 앞니가

제 자리를 환하게 채워주는 날이 곧 올날이

가까이왔다.


고마워, 사랑해.

내 딸.

고마워, 이쁜 영구치로

어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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