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아이가 첫 유치를 뺐다.
오른쪽 아랫니를 빼니 작고, 앙증맞은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보통은 아래 앞니가 빠지고, 그다음이 윗니인데
우리 아이는 윗니부터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것도 벌써 2년 전의 일이었다.
아이가 세 살쯤이었나.
아니, 어쩌면 두 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 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꾸려가던 시기.
틈틈이 쪼갠 시간으로 아이를 돌보고,
다시 일에 집중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때였다.
그날 저녁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 둘을 욕조에 앉혀놓고
잠시 건축사사무소 소장님과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단 몇 분, 눈을 떼었던 그 사이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큰아이가 동생과 놀아주려 수건을 들고
장난을 치다가 순간 중심을 잃었고,
둘째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욕조
모서리에 입을 부딪혔다.
두 개의 앞니 중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신경이 죽어버렸다.
나는 오래도록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언제나, 계속해서 되돌리고 싶었던 기억이었다.
일이 뭐라고, 그 짧은 통화가 뭐라고.
내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아이는 다치지
않았을 텐데.
자책과 후회, 미안함이 오래 남았다.
그렇게 다친 앞니로 우리 아이는 몇 년을
그 모습 그대로 자라주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언제나 환하게 웃었다.
부러진 앞니로도,
살짝 비어버린 웃음으로도 참 예뻤다.
그리고,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언젠가 빠질 이였기에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신경이 쓰였는데
5살 어느 날, 결국 유치원에서 그 이가
빠졌다는 소식이었다.
하원하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의 얼굴이 활짝 웃었다.
비어버린 앞니를 보여주며
“엄마, 내 이 빠졌어!” 하는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놀랐을 아이를 먼저 살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이제 약한 이는 빠졌으니까 더 괜찮아질 거야.
곧 예쁜 새 이가 날 거야.
이빨 요정이 선물도 줄 거고.”
가짜 이빨을 해줄까 물으니
아이의 대답은
“안 해. 괜찮아.”
그렇게 아이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앞니를 비워둔 채 자랐다.
그리고 마침내,
첫 유치를 뽑은것이다.
아랫니 아래로 조그맣고 하얀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작은 이를 보며
나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대가를 감수하며 배워왔는지.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이쁜 앞니를 비워두었고,
나는 성장했고,
그럼에도 아이는 웃으며 자라주었다.
이제는 정말,
우리 아이의 예쁜 새 앞니가
제 자리를 환하게 채워주는 날이 곧 올날이
가까이왔다.
고마워, 사랑해.
내 딸.
고마워, 이쁜 영구치로
어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