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사의 미소

미소 하나가 남기는 것

by 류대표

어젯밤, 아들과 산책을 하다가

아파트 현관 앞에서 아이가 의자에 올라갔다가

톡, 하고 뛰어내리며 놀고 있었다.

온몸이 호기심으로 차 있는 나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기쁨이 솟아오르던 순간.


그때, 여든은 훌쩍 넘으신 듯한

노신사 어르신 한 분이

걸음을 멈추셨다.

지나가는 길이었을 텐데

그 길을 내려놓고

아들의 작은 몸짓을 한참 바라보셨다.


그 표정이 오래 남는다.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귀여워해주려는 의도도 아니고,

말을 걸려는 눈빛도 아니었다.


그저...

꽃 한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듯,

그런 조용한 미소였다.

말이 필요 없는 온기 같은 것.


나는 그 장면을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 날 문득 그 미소가 떠올라

이유 모르게 가슴이 울리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내 아이를 예뻐해 주셔서 고마웠던 마음이 아니었다.

그 어르신의 얼굴에 잠깐 피어난

그 근원적인 따뜻함 때문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

아무 의도도 없이 피어나는 표정.

누군가의 존재가

그 자체로 예쁘게 보일 때 나오는 미소.


그 순간을 보았다는 것이

왠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아이는 모른다.

그 밤, 자신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누군가의 걸음이 멈췄다는 것을.

잠시 누군가의 얼굴이

따뜻하게 빛났다는 것을.


어른이 되면 이런 미소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날 본 얼굴이 더 오래 남는다.


그저 지나가는 밤이었는데

그 미소 하나가

나에게는 오래 남는 장면이 되었다.


아마, 이런 순간들이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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