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흘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게시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몇 없던 글로 초라해 보이던 내 스토리에도 어느새 10편이 되는 글(이 글을 합치면 11편)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미 브런치스토리에 내로라하는 작가분들의 서랍에 수백 개의 글이나 작품이 올라와 있는 것에 비하면 난 이제야 막 걸음마를 뗀 아기단계이지만 그간 하루에 하나씩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음에 나름의 성취감이 든다.
저장글이 많지 않던 상태에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얼마 없던 저장글들을 하나하나 야금야금 까먹다 보니 서랍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온종일 직장에서 업무에 사람에 치이다가, 밤이면 기억 속 깊숙한 곳에서 두꺼운 겨울옷 같은 먼지더미에 꽁꽁 싸매여있는 추억들을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내어 일기를 쓴다는 게 절대 녹록지 않다. 그것도 글솜씨가 한없이 부족한 터라 하나의 글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도 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주변이 블랙아웃되며 나 자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점점 매료되어가고 있다.
난 왜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몇 년 전 불쑥 찾아온 어둠의 시간. 거기서부터 시작된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 일에 대한 회의감,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주는 불안감. 그간 나와 함께했던 차분함과 여유라는 녀석들이 안드로메다로 도망가버린 채 혼돈 그 자체만 내 속을 들쑤시고 있었다. 끝없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우울감, 그리고 그 뒤에 불쑥 찾아오는 격한 기쁨의 감정. 예고 없이 시시각각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나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고, 살아갈 에너지조차 좀먹어가는 듯했다.
내 심리상태는 건강검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심리검사를 할 때마다 우울증, 불안증을 나타내는 수치가 전문가의 상담을 요하는 정도로 높게 나왔고, 한동안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때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깊고 깊은 우물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자가 치료를 해주려는 듯,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티끌만 한 걱정밖에 없었던 참 즐거웠던 그 시절을.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내가 진짜 미쳤었나 봐!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웃겼을까. 그때 정말 행복했었는데. 어떻게 저런 힘이 내 안에 있었던 거지?'
지금 내가 맞닥뜨린 현실이 주는 무게와 버거움을 희석시켜 주는 행복하고 즐겁고 놀라웠던 기억들.
심지어 힘들었고 아팠고 눈물 나는 기억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인생을 이만큼 살아냈다는 건 그 당시의 내가 그조차 이겨냈던 것을 의미하고, 그때의 나를 기억하는 건 자신에 대한 용기와 믿음을 되살리는 일인 것이다.
아직도 강렬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 기억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어서 날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 이들을 잊고 싶지 않은 강한 욕구는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의지를 샘솟게 했다. 이 기억들로 미래에 올 나의 슬픔과 번뇌를 희석하고 한발 한발 살아갈 에너지를 끌어오고 싶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일기에는 수십 년 전의 과거가 아닌 아주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도 함께 기록해 볼 생각이다. 과거와 현재를 좀 더 조화롭게 엮어보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나에게 찾아올 미래에도 전과 같은 암흑의 시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다시금 블랙홀 같은 어둠에 빠져들지도 모를 미래의 나를 위해서, 희로애락으로 단단히 엮어놓은 짱짱한 동아줄과 같은 이 일기장을 던져줄 거다.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빠르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나 자신, 파이팅이다.
2025.08.11.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