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하와이 여행(2)
쌉싸름하기 그지없던 첫 하와이 여행은 우리 부부의 여행사에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였을까. 우리의 하와이 여행에 대한 로망과 갈망은 3년 후 다시금 고개를 살포시 들고 만다.
(다른 이들이 신혼여행으로 가는 하와이를, 결혼하고 나서야 늦바람이 불어서는 두 번이나 간 건가 싶기도...?)
하루 휴가를 쓰면 꿀연휴를 만들 수 있었던 2017년의 추석. 우리 둘은 두 번 없을 것 같이 보였던 그 추석 연휴에 하와이 2회 차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명절이라는 게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양가 부모님들께서 쿨하게 허락해 주신 덕에 긴 연휴 모두를 하와이와 함께할 수 있었다.)
연휴라면 응당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
다시없을 것처럼 보이던 꿀연휴는 특히나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여행 가는 인파가 많은 성수기로 변해버린 2017년 추석의 모든 항공료는 그 꼭대기가 어딘지 알 수없게 올라버렸고, 우리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던 마음에 잠시 잠깐 고민했지만,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괌 경유 항공편의 기억이 선연했던 탓에 '비싸도 직항이다!' 라며 항공편을 예약했다. 항공 편 뿐인가.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여행 성수기였던 10월, 그다지 좋지도 않았던 하와이 호텔의 숙박 역시 5성급 호텔의 비수기 가격 뺨치게 올라있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을 했고.
자, 이제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 바로 ESTA 신청.
전에 당했던 그 쫄림을 또 당할 순 없었기에, 여행일정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ESTA 신청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서는 열심히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하고는 승인이 나길 기다렸다. (현실은, 그렇게 당해놓고도 또 ESTA 신청을 까무룩 잊고 있었다가 여행 한 달 전엔가 퍼뜩 머리를 스친 악몽 같은 기억 덕분에 미리 할 수 있었다는... 나도 참 나다.)
해변룩을 완성해 줄 새로 구입한 옷가지들이며 선글라스, 밀짚모자며 (전에 바닥을 뚫은 체력으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음에 대비한) 홍삼과 비타민 제품들, 라면과 햇반 같은 비상식량까지 여행 준비물을 차곡차곡 캐리어 2개에 꾹꾹 눌러 담으며 출발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여행 첫날.
스무스한 출발이었다. ESTA도 있겠다, 이번에는 인천공항 면세점도 둘러보고 그 당시 우리의 장난감이었던 카메라용 렌즈도 구경하며 (구경하다가 결국은 선뜻 카드를 내밀었을 뿐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비행기에 탑승했다.
하와이 공항에 도착한 건 오후 2시쯤 되었을까. 우리가 묵을 호텔은 자체로 운영하는 셔틀이 없었던 탓에 호텔 까지 갈 셔틀버스를 따로 예약해 두었고, 수하물까지 여유 있게 찾은 우리는 셔틀버스가 선다는 정류장을 찾아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예약내역에 있는 셔틀버스 정류장을 도통 찾을 수가 없는 거다. 일단 공항 외부를 거의 한 바퀴 돌다시피 하며 우리가 예약한 업체 이름이 붙은 셔틀버스를 찾아 헤맸다.
"이 시간에 여기에 서있을 거라 했는데..."
몇몇 밴이 서있는 자리에 왠지 우리가 탈 셔틀버스도 있어야 할 거 같았는데 아무리 봐도 이름이 달랐다. 좀 늦어질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짝꿍을 불러 세웠으나, 다시 한번 둘러보고 오겠다며 캐리어는 내게 맡기고 어딘가로 떠난 짝꿍.
혼자 28인치 큼직한 캐리어 2개를 가지고 멀뚱히 길에 서있으려니, 저만치에서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미니밴 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저거다!!!"
기쁜 마음에 그 무거운 캐리어 2개를 혼자서 질질 끌면서 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버스가 출발한다는데 이번엔 짝꿍이 없는 거다.
기사님이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있는 사이에 나는 짝꿍을 찾아 길을 나섰다. (공항 바깥이라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 보이스톡이며 뭐며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저만치에 짝꿍의 모습이 보였고, 버스가 왔다며 얼른 오라는 폴짝폴짝 뛰며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호다닥 뛰어온 짝꿍과 손을 잡고 호텔로 가는 셔틀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탄 셔틀에는 일본인 부부와 우리, 이렇게 두 커플이 타고 있었는데 공항에서 좀 더 가까운 호텔을 예약한 일본인 부부가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가 묵을 호텔에 도착!
캐리어를 내리려 트렁크 쪽으로 갔는데 뭔가 이상했다.
기사님이 캐리어를 1개만 내리고는 운전석으로 가려고 하는 거다. 난 바로 "우리 캐리어 2개예요."라고 말하며 트렁크를 열어달라 했는데... 거기엔 남아있는 캐리어가 없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렇다.
난 그렇게 내 짐이 몽땅 다 들어가 있던,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쇼핑하면서 준비해 둔, 하와이 여행의 설렘까지 고이고이 접어 넣어둔 캐리어를 눈 깜짝할 새에 도둑맞은 것이다.
2025.09.20.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