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와 나 - 결코 친해질 수 없는...(3)
나의 두 번째 베트남 여행.
그곳에서 새 보금자리를 꾸린 지인의 초대를 받아 다시금 호찌민에 발을 딛게 되었다.
짝꿍의 절친이자,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와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었던 친구네 부부는 우리가 베트남을, 그들의 집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격한 환영과 융숭한 대접 준비로 바빴던 듯하다. (우리는 정작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건만) 베트남에 머무는 일정동안 꼭 가보아야 할 맛집과 카페 투어 코스가 이미 그들 부부의 손을 통해 촘촘히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정말 그들을 따라 이동만 하면 되는, 다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려나 싶은 여행이었던 거다.
누군가의 열렬한 환영이 한껏 가미되어 신나기 그지없었던 인생 2회 차 호찌민 여행. 맛집 탐방이며 카페 탐방, 쇼핑과 네일아트(베트남이 꽤나 네일아트 가성비가 좋더라.)까지 하루하루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여행은 어느새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내 계획에는 없었던, 하지만 친구 부부에게는 있었던) 일정 하나가 여행 3일 차 저녁에 우리 부부를 찾아왔다.
친구네는 자기들이 찾아낸, 한국인들 사이에서 무척 유명하다는 고급진 마사지숍이 있다면서 한국으로 가기 전에 꼭 들러야 한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지난번 베트남 여행에서 받았던 마사지가 딱히 나쁘진 않았던 터라 별 거부감 없이, 그리고 일부러 마사지숍을 알아봐 준 그들의 호의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맛있는 저녁과 디저트로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며 스을 마사지숍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들을 따라 골목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십 분쯤 넘게 걸어 들어가다 보니 먼발치에서부터 고풍스러움과 아늑함을 물씬 풍기는, 왠지 그곳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몸이 포근해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퐁퐁 솟아나는 비주얼의 마사지숍의 입구가 눈앞에 나타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약 없이 방문한 우리에게 남아있는 자리는 단 두 자리뿐이었고, 그래서 친구네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부부만 마사지를 받기 위해 그곳에 남았다. 그들이 자리를 뜨자 점장 급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오셔서 우리가 선택가능한 마사지를 안내해 주셨다. 일단 지금 바로 가능한 마사지는 타이 마사지라고 하셨고, 스트레칭을 원하냐고 물으셨다. 가끔 스트레칭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면서 말이다.
'응? 스트레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아함이 밀려왔지만, "저 스트레칭 원해요. 해주세요." 망설임이라곤 하나 없이 자신 있게 답했던 나 (녀석...).
혹시나 싶은 마음에 마사지는 약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간단한 질의응답의 시간이 지나자 곧 우리에게는 마사지사 두 분이 배정되었다.
그리고 난, 왜 그 여자분이 나에게 스트레칭을 원하는지를 '굳이' 물어보았던 건지, 이 사전 설문(?)에서 내가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마사지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나를 해주신 남자 마사지사는 열정이 가득했다. 주무르는 자체는 살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과도한 스트레칭으로 마사지를 받던 그 1시간 동안 내 온몸은 그분의 주도하에 구겨졌다 펴졌다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허리며 다리며 고관절에서는 우두둑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관절에서 두둑대는 소리가 나면 좀 살살할 법도 하건만, 웃는 얼굴로 "Okay?"만 연신 외치면서 내 대답은 아랑곳 않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고강도 스트레칭을 이어나가던 마사지사. 끝날 듯 끝나지 않던 마사지 코스 내내 이어진 격한 스트레칭에 내 몸은 긴장으로 바짝 굳어버렸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에고에고, 어이구." 앓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문제는 한국에 돌아와서였다.
마사지를 받은 이후부터 줄곧 허리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아예 못 견딜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일상으로 돌아와서 출퇴근을 시작하자마자 내 척추가 고통의 아우성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매일 두어 시간을 넘게 빡빡한 지하철 안에서 꼼짝없이 서있어야 출퇴근이 가능한 난, 휴가 이후로 하루하루 시간이 더해질수록 허리의 통증 역시 보태지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여행 후 일주일이 지나자 척추 마디마디에서 찌릿한 아픔이 올라오며 일상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정형외과행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요 근래에 허리 쪽에 무리를 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왠지 선생님께 혼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아주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마사지를 좀 심하게 받았어요..."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엄청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왠지 '쓰읍'하시는 소리가 음성지원되는 얼굴을 하시고서는 무리해서 마사지받다가 병원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시며 앞으로 강도 높은 마사지는 절대 피하라는 단단한 충고와 함께 물리치료와 약 처방을 내려주셨다. 그래도 치료 덕분인지 점차 허리 통증이 나아졌지만 거의 한 달은 넘게 통증으로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우리를 환대해 준 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내가 겪은 마사지 후폭풍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다시금 그들 부부를 베트남에서 만나게 된다면 마사지만큼은 조용히 사양할 생각이다.
여전히 짝꿍은 마사지를 좋아하고, 마사지와 무척이나 친분을 과시하고 있지만 나와 마사지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이제는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번을 계기로 내 인생에서 마사지와의 밀당은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괜한 시간과 돈을 들여 (심지어 병원비까지 더하며) N회차 기대와 N+1회차의 실망을 연달아하느니 이제는 그냥 마사지와는 영원히 안녕을 고하고 혼자 내 멋대로 스트레칭이나 하며 지내야겠다는, 전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하게 다짐해 본다. (나 님아, 아무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또다시 마사지에 혹해서 돈과 시간을 소모하진 않을 거지...?)
2025.09.25.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