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54.

마사지와 나 - 결코 친해질 수 없는...(2)

by Ellen Yang


마사지가 끝나고 바로 집에 들어가긴 아쉬운 마음에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사지는 잘 받았는지, 시원한 거 같은지, 전에 해주셨던 분은 딱 적당한 세기로 해주셨는데 오늘은 남자분이 온 힘을 다해 마사지를 하시는 통에 좀 많이 아팠다는 얘기를 하며 특히 아팠던 허벅지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는데... 이상했다.


그 당시에는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던 터라 나도 약간은 다리에 딱 붙는 핏의 청바지를 즐겨 입곤 했는데 청바지 안쪽으로 허벅지 안쪽에 볼록함이 느껴졌다. 마치 무언가 볼록한 게 들어있는 것 같이.


이상함이 감지된 부분으로 두 눈을 내렸다. 청바지로 덮인 허벅지 한 곳에 자그마한 언덕이 솟아난 게 보였다.

'엥... 이게 뭐지?'

순간 불안감이 마음 전체를 엄습했지만 오래간만에 즐거운 주말 저녁,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동생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나. 일단 불안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애써 웃는 얼굴로 동생과의 데이트를 이어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난 바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바지를 벗고 아까 청바지 위로 그 볼록하게 무언가가 솟아있던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근육과 함께 혈관이 시퍼렇게 부풀어 올라서 작은 동산이 솟아난 왼쪽 허벅지 안쪽. 시퍼렇고 한껏 부풀어 오른 혈관은 마치 크게 멍이 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너무나 놀랐다. 그 비싼 돈을 들여서 받은 마사지의 결과가 이거라니.

양껏 부어오른 근육과 혈관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는 수주의 시간이 걸렸고, 이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 좋아하던 스키니진과는 잠시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이후, 다행히 나와는 다르게 마사지가 체질이었던 동생에게 무턱대고 결제했던 회원권을 통째로 넘겼고 한동안 마사지숍이라는 곳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양도가 가능했음이, 그리고 동생이 마사지를 좋아했던 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그러던 내가 다시 마사지를 받게 된 건 그로부터 거의 15년 후.

마사지 예찬론자인 짝꿍과의 베트남 여행에서였다.


그때까지도 마사지라 하면 옅은 공포증이 움텄던 나였지만, 짝꿍의 마사지 예찬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다가 (그리고 그때 한창 열 올리며 배우던 골프로 온몸이 골골대는 상태이기도 했고) 문득 '그때는 내가 운이 안 좋았던 거 아닐까? 베트남 현지의 유명한 마사지숍에서 받으면 다시 마사지와 친해질 수도 있지 않겠어?'라는 심경의 변화가 일었다.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까지 같이 하자고 애걸복걸(?) 하는데 계속 고개를 내두르고만 있기도 미안했던 터라 큰 마음을 먹고 1시간짜리 마사지 코스를 받는 데에 협상을 타결한 우리. 베트남 여행 첫날밤에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마사지숍으로 발길을 향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간 거라서 혹시나 거절당하지 않을까 싶었지만(어쩌면 거절해 주길 바랐을 수도...?) 다행히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리고 마사지 시작 전에 한국말이 유창한 직원분께 "살살해주세요."라고 특별 주문을 하고는 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날 맡아주신 여자분은 "Are you okay?"를 수시로 물어봐주셨고, 사전에 요청한 대로 '살살' 마사지를 해주신 덕분에 지난번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사지를 받았다고 해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온몸의 근육이 시원해졌다거나 가뿐해진 느낌은 아니었지만 장시간 비행 후에 받은 마사지가 약간의 피로감을 풀어주긴 했는지 그날 밤 단잠을 잘 수 있었고, 마사지를 향한 마음의 빗장이 살며시 열리게 되었다.




내 심경의 변화를 귀신같이 파악한 (눈치 빠른) 짝꿍.

한국에 돌아와서는 집 근처에 지인이 추천해 준 마사지숍을 등록해서 다니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한다. 베트남에서 받은 마사지가 나름 괜찮았던 터라 이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 사인으로 화답했고, 짝꿍은 바로 마사지 예약을 감행했다.


그리고 예약 당일.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 서 계시던 직원분이 반갑게 우릴 맞이해 주셨다. 옷을 갈아입고 중년의 한국인 여성 마사지사 두 분의 안내를 받아 룸에 있던 침대에 누웠다.


나는 몸에 미끄덩거리고 끈적하게 무언가 남는 느낌이 싫어서 오일을 바르는 마사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숍의 메뉴판을 보다가 아로마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면서 마사지 방법이 제법 담백해 보이는 스포츠 마사지라는 코스를 예약해서 간 거였다. 그런데 나를 택하신 마사지사 분이 계속,

"어이구, 이 몸으로 스포츠 마사지를 어떻게 받겠다고 예약을 했대요? 이렇게 근육도 없고 살도 없으면 내가 잡을 데가 없지, 어휴, 이걸 어쩐담."(살이 없지 않아요...)

"왜 아로마를 안 받아요? 끈적인다고? 안 그래, 안 그래. 그럼 스톤 마사지라도 받아보던가. 이 몸에 스포츠 마사지는 효과가 하나도 없다니까?"

잔소리가 잔소리가... '저 그냥 조용히 스포츠 마사지를 약하게 받으면 안 되는 건가요...?'라는 말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말 한마디에 열 마디의 잔소리가 돌아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구멍 뚫린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난, 결국 "아... 그럼 스톤 마사지...로 바꿔주세요..."라고고 말하곤 두 손을 들어 항복을 외쳤다.


무언가 개운하고 기운을 충전받기 위해 갔던 마사지숍에서, 심지어 중간에 마사지 코스를 바꾸면서 1시간의 마사지가 1시간 반으로 연장되었고 그 긴 시간 내내 이어진 아주머니의 끝없는 수다와 잔소리에 귀가 너덜너덜해진 상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쿨하게 회원권을 결제한 짝꿍만이 잔액을 다 쓸 때까지 몇 번 더 방문했을 뿐, 난 그 이후로 그 아주머니와, 그 마사지숍과 작별을 고했다.




이렇게 마사지에 대한 좋았던 감정에서 살짝 한 발을 다시 뒤로 뺀 나.

그런 내가 이제 아예 마사지와는 영원히 이별을 선언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2025.09.24.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