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53.

마사지와 나 - 결코 친해질 수 없는...(1)

by Ellen Yang


나와 마사지와의 첫 만남은 사회생활이라는 걸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당시에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변에 유독 마사지 예찬론자가 많았다. 실로 그들을 통해 들은 마사지의 효능은 어마어마했다. 어깨에 피로인형을 뚝 떨어트릴 수 있다느니, 부기를 빼준다느니, 지방이 분해되면서 다리 두께며 팔 두께가 얇아진 거 같다는 등등 엄청난 마사지의 효능에 귀가 팔랑거렸고 결국은 집 근처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어느 태국 스타일 마사지숍의 문을 두들겼다.


인기 있는 곳이긴 했나 보다. 마사지숍의 문을 열자마자 어두운 실내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족욕기에 발을 담그고는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어색하고 낯섦 가득한 얼굴로 문 앞에 멀뚱히 서있는 나를, 외국인으로 보이시는 직원 한 분이 오셔서 족욕하는 이들 가운데에 앉히셨다. 그리곤 이내 세숫대야에 따스운 물을 담아 오셔서는 내 발을 담가주셨다. 오일 몇 방울을 물에 풀고는 발을 살살 조물거려주시며 마사지의 ㅁ도 모르는 나에게 서툰 듯 서툴지 않은 한국어로 (반말인 듯 반말 아닌 한국어로) 다양한 마사지 코스들에 대해, 특히 전신마사지를 적극추천하시는 설명을 열심히 해주셨다. 하지만, 그분 입장에서는 좀 허탈하셨을 수도 있지만, 겁이 많은 나는 일단은 마사지가 처음이니 전신보다는 어깨 쪽의 뭉친 근육을 푸는 정도로 받겠다고, 가장 짧은 마사지 코스를 선택했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이었던 그분은 짧은 족욕의 시간을 마무리해 주시고는 마사지실로 나를 안내하셨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마사지실. 내 옆에는 다른 분이 마사지를 받고 계셨다. 낯선 이들과 이런 어둡고 밀폐된 방 안에 있는 상황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았지만 어쨌든 그 좋다는,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마사지' 한 번 받아보겠다는 마음에 마사지사의 지시에 따라 엎드렸다가, 바로 누웠다가, 앉기도 했다가 다시 누웠다가 하며 열심히 몸을 뒤집어댔다. 마사지 강도가 좀 아프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옆에 모르는 사람을 두고서 끙끙대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순간순간 입술을 꽉 깨물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이럴 때 발휘되는 내 인내심과 참을성에 나 자신이 놀라곤 한다.) 나를 해주셨던 여자 마사지사분의 분의 손맛이 꽤나 좋았던 덕분에 어깨가 부쩍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 이래서 다들 마사지를 받는 건가?'

생각보다 30분은 금방 끝났고 좀 더 긴 코스를 할 걸 했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그리고 난 결국 나오는 길에 수십만 원짜리 정액권을 끊는 충동구매를 저지르게(?) 된다.




사실 첫 마사지가 남긴 여운은 꽤나 강렬했다. 그 시원한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에는 나의 소울메이트인 동생을 데리고 갔다. 주말이라 마사지숍을 찾은 이들은 전보다 더 많았고, 겨우 족욕할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발을 담그고 맛보기 발마사지를 해주시며 전과 같이 외국인 직원분의 마사지 코스 설명이 시작됐다. 지난번에 30분 코스는 좀 짧기도 했고, 이번에는 곧잘 부어오르는 우리 자매의 하체 혈액순환을 위해 하체 위주의 전신 마사지를 택했다. "굿 초이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짧은 족욕을 마시고 카운터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동생과 나는 마사지룸에 들어갔다. 처음 방문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동생과 조용조용 담소를 나누며 마사지해 주실 분을 기다리는데,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이 들어오셨다. 둘 다 여자분께 받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주말이다 보니 우리의 요구사항을 받아주시기 어려우셨나 보다. 그래서 처음 받는 동생이 여자 마사지사분께 받도록 하고 내가 남자 마사지사분께 받겠다고 말씀드렸고 두 분은 곧 우리 자매의 마사지를 시작하셨다.




내가 받은 남자 마사지사의 손은 꽤나 매웠다. 처음 해주셨던 여성 마사지사와는 사뭇 다른 강도였다. 어깨며 다리며 '두둑' 소리가 나도록 꺾어대시는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팠다. 특히나 허벅지 쪽을 마사지하실 때는 이분이 나한테 억하심정이 있으셔서 이렇게 꼬집으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가 저절로 꽉 깨물어질 정도의 통증이 온몸에 울렸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쓰잘데 없이 발휘되는 엄청난 인내와 참을성이란. 아프다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못하고 그저 해주는 대로 참고 또 참다가 결국 몸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2025.09.23.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