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숙소 찾기 여정
2023.4.3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총 4개월 여행 일정 중, 스페인에서의 2개월 생활을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내내 나는 말이 없었다. 처음 해외여행을 했을 때처럼 마냥 두근거리지도 않았고.
"길게 가서 살아봐야 그게 진짜 여행이지."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호기롭게도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길게 여행 간다는 것에 취해서 앞뒤 생각 없이 비행기 표부터 냉큼 결제한 나를 돌아보며 조금 후회했다.
그리고 왜인지 조금 슬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겁이 많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20대 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섭거나 두려울 게 없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허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저 뒤숭숭하다. 마치 지금 흔들리는 이 비행기처럼.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캐리어 2개와 백팩 하나, 쇼핑백을 들고 호텔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똑 부러지게 이동하는 것은 이미 공항에서부터 실패했다.
기내 반입이 안 되는 물건을 가방에 넣어 크림을 버렸고, 공항버스 결제가 되지 않아 줄을 세웠다. 짐칸에 캐리어를 제대로 올리지 못했고, 돌바닥에서 하나를 넘어뜨렸다. 물건을 두고 나오기도 했다.
기내 반입 안 되는 것들 기내용 가방에 넣기(새로 산 피지오겔 크림은 버렸고 안마봉은 봐주셨다), 실물 카드 등록 안한 이슈로 공항버스 예매 버벅거리느라 내 뒤로 줄 길게 세우기, 버스 짐칸에 짐 못 올려서 팔다리 달달 떨기, 자비 없는 돌바닥에서 중심 못 잡고 캐리어 넘어뜨리기, 자꾸 호텔에 물건 놓고 나와서 왔다 갔다 하기 등 이런 모지리가 없다.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은 여러 번 했지만, 한국에서부터 완전히 혼자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처음인 것 마냥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짧아지고 회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짐은 많고, 악명 높은 소매치기들도 조심해야 하니 람블라스 거리를 걷는 내내 정신이 혼미했다.
실수가 너무 잦은 첫날이다. 진짜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