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die Kim Apr 11.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Intro

시작하기. 숙소 찾기 여정




2023.4.3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2개월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생활과 2개월의 여행, 총 4개월 여정의 시작을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내내 나는 말이 없었다. 여행을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스스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컸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처음 해외여행을 경험했을 때처럼 마냥 두근거리지 않았다.

길게 가서 살아봐야 그게 진짜 여행이지.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호기롭게도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길게 여행 간다는 그것에 취해서 앞뒤 생각 없이 비행기 표부터 냉큼 결제한 나를 돌아보며 조금 후회했다. 그리고 조금 슬펐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겁이 많은 아이였고 여전히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20대 때의 나는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최근의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섭거나 두려울 게 없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허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이 애매하고 울렁거리는 마음은 뭘까. 분명 목적지에 도착하면 새로운 날들과 새로운 경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뒤숭숭하고 혼란스럽다. 마치 지금 흔들리는 이 비행기처럼.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캐리어 2개와 백팩 하나와 쇼핑백을 들고 호텔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똑 부러지고 쉽지 않아 보이게 이동하는 것은 이미 공항에서부터 실패했다. 기내 반입 안 되는 것들 기내용 가방에 넣기(결국 새로 산 피지오겔 크림은 버렸고 쇠 안마봉은 봐주심), 공항버스 예매할 때 결제 안돼서(실물 카드 등록 안 함) 내 뒤로 줄 길게 세우기, 버스 짐칸에 짐 못 올려서 팔다리 벌벌 떨기, 자비 없는 돌바닥에서 중심 못 잡고 캐리어 하나 넘어뜨리기, 자꾸 잊어버리고 호텔에 물건 놓고 나오기 등 이런 모지리가 없다. 해외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한국에서 떠날 때부터 나 혼자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처음인 것 마냥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짧아지고 회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짐은 많고 악명 높은 소매치기들도 조심해야 하니 람블라스 거리를 걷는 내내 정신이 혼미해져만 가는 것을 느꼈다. 실수투성이의 내가 불안하기만 한 첫날이다. 진짜 잘 지내볼 수 있을까.


도착 첫날밤 La Rambla. 9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즐비하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