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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May 14.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9

엔칸츠 벼룩시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보다



보통 나는 우리 집 근처인 la Vila de Gràcia 지구와 관광지가 모여있는 중심가 부근에 자주 가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쩌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엔칸츠 벼룩시장(Mercat dels Encants)이 열리는 곳인 글로리에스(Glóries) 역은 이름이 참 생소했다.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엄청 먼 곳이 아님에도 발길이 잘 가지 않는 그곳에 굉장히 유서 깊은 벼룩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토요일에 찾아가게 되었다.


멀리서 보이는 엔칸츠 벼룩시장은 벼룩시장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 건축물 안에 존재했다. 금속 재질의 건물만 봤을 때는 굉장히 현대적이었다. 전시관이나 다른 용도의 건물인 것처럼 느껴져서 처음에는 이곳이 맞는지 구글맵을 다시 확인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단추들
손목 시계부터 파이프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많다
엔틱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식품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바글바글하다


약 7세기 이상의 역사가 있는 이 시장은 정말 없는 게 없는, 규모가 어마어마한 벼룩시장이었다. 사용감이 그대로 묻어있는 그릇들과 가구, 오래된 촛대와 장식품들, 누가 그린 지 모르는 그림 액자들,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된 우표와 동전, 빈티지 옷들과 녹슨 카메라들, 엔틱한 반지와 목걸이 등부터 시작해서 충전기, 칫솔 같은 생필품들도 정말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찾고 맘에 드는 물건들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활기찬 모습들을 보며 그들로부터 나 또한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을 받았다. 또 너무나 현대적인 건물 안에 이런 옛스런 장터가 열릴 수 있다는게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로워서 신선했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펼쳐놓은 것 같지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정돈된 물건들 또한 매력적이었고.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석 같은 물건을 찾아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내 맘에 쏙 드는 물건을 찾기는 어려웠다. 살까 말까 엄청 고민했던 커피잔이 있긴 했는데 아쉽게도 상처가 없는 멀쩡한 잔을 찾기는 어려워서 포기했다.

한참을 앞에서 서성거리며 고민하게 만든 귀여운 커피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근처에 찾아 둔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늘은 벼룩시장 외의 일정은 없어서 보른과 고딕지구를 또 구경 갈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오!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에서도 주말이라 그런지 작은 마켓들이 펼쳐져있었다. 엔칸츠 벼룩시장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과거 물건들, 어쩌면 잡동사니인 것들이 이곳저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줄 새로운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그릭 요거트 볼과 저녁으로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


+ 아침부터 내내 돌아다니다가 너무 배고파서 찾아가게 된 피자집! 따끈따끈한 피자가 바로 나와서 너무 맛있었다. 내가 시킨 마르게리타 피자는 짜지도 않고 담백해서 작은 사이즈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엔칸츠 벼룩시장 Mercat dels Encants de Barcelona
- 위치 : L1 Glóries 역에서 도보 3분
- 영업일 : 월, 수, 금, 토
Three Marks Coffee
 - 위치 : C/ d'Ausiàs Marc, 151, 08013 Barcelona
Da Nanni Pizzeria
- 위치 : Carrer de la Llibreteria, 10, 08002 Barcelona
- 영업일 : 월~일 (정오~오후 10:30)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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