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die Kim May 17.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5

이쯤에서 해보는 머쓱한 한 달 회고록



벌써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1~2개월 유럽 여행은 해봤지만 이렇게 한 도시에서 한 달 넘게 생활해 본 적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해외에서 혼자 맞는 생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날짜를 셀 필요 없이 지내보는 것도.


사실 이번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어학원도 다녀보고 그림도 매일 그리고 브런치도 매일 쓰고 일기도 쓰고 헬스장도 다니고 등등. 실제로 지내보니 계획대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내게는 어려웠다. 그림도 가끔 그리고 헬스장도 가끔만 가고 어학원은 일정이 안 나와서 못 다니게 됐고.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은 가계부랑 일기 쓰기 정도인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 같아 이번 달은 조금 머쓱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 생활비다.



스스로 반성하자!

첫 번째. 4월 한 달 생활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성합니다. 가계부를 매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것도 많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 한 달 생활비를 약 1.5배 정도 더 쓰고 말았다. 이 모든 원흉이 식비라는 것이 슬프다. 집에서 해 먹으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날씨가 좋아서 브런치를 먹겠다는 핑계로 외식을 하다 보니 정말 물 쓰듯이 쓰게 된 것 같다. 가계부를 정리해 둔 노션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4월 한 달 간 생활비 일부

이미 쓴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남은 여정을 생각하면 진짜 조심히 계획적으로 써야 할 것 같다. 자제력을 기르자.



스스로 반성하자!

두 번째.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행이 계획이긴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착실히 일기 쓰는 것 말고는. 그림을 좀 많이 그리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그림 그릴 사진만 잔뜩 찍고 스케치북을 펼친 것은 8~10번 정도 되려나 싶다. 매일 그림 그려서 올릴 인스타 계정까지 새로 파고 가족,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왔는데 텅텅 빈 인스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린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니 진짜 놀기만 했다는 게 즐거우면서도 웃기고 머쓱하다. 정신 차리고 예술혼을 불태워봐야겠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