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5

이쯤에서 해보는 머쓱한 한 달 회고

by Eddie Kim

벌써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1~2개월정도의 유럽 여행은 해봤지만 이렇게 한 도시에서 한 달 넘게 생활해 본 적은 처음이다. 해외에서 혼자 맞는 생일도, 날짜를 세지 않고 흘려보내는 일상도 낯설고 신기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어학원도 다니고 그림도 매일 그리고 브런치도 매일 쓰고 일기도 쓰고 헬스장도 다니는 생활말이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지내보니 계획대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림도 가끔 그리고 헬스장도 가끔만 가고 어학원은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다니지 못했다. 매일 꾸준히 지키고 있는 것은 가계부랑 일기 쓰기 정도인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한 달이라 조금 머쓱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 생활비였다.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행이 계획이긴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착실히 일기 쓰는 것 말고는. 그림을 좀 많이 그리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그림 그릴 사진만 잔뜩 찍고 스케치북을 펼친 것은 8~10번 정도 되려나 싶다. 매일 그림 그려서 올릴 인스타 계정까지 새로 만들고 가족과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왔는데 텅 빈 피드를 볼 때마다 민망하다. 지난 한 달 내내 진짜 놀기만 했다는 게 즐겁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 웃기기도 하다. 이제는 핑계 대신 붓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월 한 달 생활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반성합니다.

가계부를 매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고 보고 싶은거 다 보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다보니 한 달 생활비를 약 1.5배 정도 더 쓰고 말았다. 특히 가장 큰 원인은 식비였다. 집에서 해 먹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브런치를 먹고 싶다는 이유로 외식을 반복했다. 가계부를 정리해 둔 노션을 볼 때마다 놓치고 있던 현실감이 온다.

4월 한 달 간 생활비 일부

이미 쓴 돈을 후회하진 않지만, 남은 여정을 생각하면 조금 더 계획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제력을 기르자.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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