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GS칼텍스가 정유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가전 IT/전자 전시회 CES 2021 참가했다. 이번 CES 2021은 온라인 전시회로 진행된 만큼, 드론 배송과 미래형 주유소를 주제로 3편의 영상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설명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킹 자리를 갖게 된다.
사실, GS칼텍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어 왔다.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에 새롭게 문을 연 미래형 주유소를 오픈했고, 기존 주유소의 개념을 탈피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 충전, 카셰어링 서비스 등도 가능하고, 향후 물류거점, 드론 배송 그리고 편의점등 맞춤혐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새로운 콘셉트이다.
그렇다면 정유 업계에서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카셰어링, 드론 등 글로벌 빅 테크 기업에서 추진하는 사업분야까지 진출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에너지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확장 의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 사업영역까지 확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윤활유 등을 선보였던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참관단을 꾸려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사업 확대를 모색한다고 한다. 보수적인 정유업계의 이러한 시도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 실패하면 기업 이미지는 물론이고, 회사 전략방향에 대한 많은 챌린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정유업계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19년에 발표된 보스턴 컨설팅의 보고서를 보면 단순한 시도라기보다는 긴 시간 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2035년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는 총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0~15년 이후에도 여전에 화석연료가 대세를 이루는 환경이다. 전기차나 공유 모빌리티는 전체 자동차 산업의 5~10%에 불과한 상당히 보수적인 시나리오이다.(Fossil fuel is still king)
두 번째는 전기차 보급이 일반화되기 전, 즉 과도기 상태이다. 충전 인프라는 도심에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외곽지역이나 지방도시까지는 인프라가 보급되지 않은 수준으로 전기차가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상당한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 (There's new fuel on the block)
세 번째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수소와 바이로 연료와 같이 대체연료에 대한 수요까지 상당 부분 확대된 시장환경이다. 화석연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공유 모빌리티 솔류션을 선호하는 환경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드론과 자율 배송 로봇이 일반화되면서 고객의 문 앞까지 배송하는 택배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상된다.(All rise, but none dominate)
네 번째는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된 시장환경으로 전기차가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는 시나리오이다. 물품과 사람을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 전용 구역에서 충전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적극적으로 준비되는 시점이다.(Mobility moves beyond fossil fuel)
물론 앞으로 15년 내에 전혀 다른 시장환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위의 4가지 시나리오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을 생각된다. 다만, 북미와 유럽 그리고 중국 등은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대비 혁신적인 변화가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역과 국가의 재정적 영향도에 다르겠지만, 첫 번째 시장환경에서는 기존 주유소의 25~30%가 가중 평균 자본보다 낮은 수익을 얻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 기준으로는 기존 주유소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으면 가솔린 판매 감소로 인해 주유소의 45~60%가 2035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시나리오에 돌입하게 되면, 소형 경차의 가솔린 수요가 2035년까지 50~70%까지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면 주유소의 편의점 사업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주유를 하거나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이 급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도심 내 주유소와 고속도로 내 주유소는 전혀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우선 2035년까지 고속도로에 위치한 주유소는 보다 탄력적이고 긴 잔여 경제수명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트럭과 대형차의 전기차가 개발은 경차보다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거나 기타 물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도심 내 주유소의 경우, 높아지는 전기차 보급률과 카쉐어링의 확대 등으로 상당한 여러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앞으로 15년 후에 혁신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기존 주유소는 수익을 거둘 수 없게 된다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유 업계가 CES에 참가하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첫 번째, 기존의 차량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객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해야 한다. 기존에는 가솔린, 디젤 연료, 자동차 제품, 자동차 정비 서비스 및 세차와 같이 차량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차량중심에서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 즉 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나가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주유소와 함께 운영되는 편의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순한 편의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품질의 제품과 음식을 판매 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고속도로에 있는 식당과 마트가 지역 특색을 반영하는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또한 무인매장과 택배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배송 모델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편의점도 향후 시장의 개인화 추세에 맞춰서 고객활동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맞춤형 제안,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두 번째, 기존에 투자한 자산과 오퍼레이션 혁신도 필요하다. 고개의 요구와 편의에 맞게 주차장의 설비들의 위치를 변경한다던가, 수익성이 없는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및 이를 고급화(프리미엄)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된다. 이미 GS칼텍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초고속 충전기 도입과 아웃도어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현황, 주변 교통량 등 다양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웃도어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광고사업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디지털 기능이나 신기술, 그리고 물류 분야와 같이 유사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경쟁과 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드론 배송, 로봇 연계, 물류사업 등이 바로 이런 사례들이다. 예를 들어 BP는 디지털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인 Deliveroo가 BP 서비스 스테이션을 구매 수거 지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동시에 BP는 영국 최대의 전기 자동차 충전 회사인 "chargemaster"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영국 전역에 40,000개의 충전기를 소유하고 유지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의 최종 목표는 고객이 원해서 방문하는 주유소를 만드는 것이다. 차량중심 서비스에서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 방문을 유도해야 한다. 따라서 주유소의 미래 모습에 병원, 피트니스 센터, 드라이클리닝 서비스까지 포함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서는 사업 확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주유소의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15년 내에 닥칠 시장 변화를 고려하면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은 도심 내 핵심 지역에 있는 부동산이다. 아파트도 30년이면 재건축되는 지금 시대에 주유소는 그동안 상당 부분 보수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므로 미래형 주유소를 만들기 위해, AI , 블록체인 및 loT와 기술이 도입되고 데이터 과학자나 UI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의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이 주도하는 미래형 주유소를 글로벌로 전개하는 사업은 실현 가능성을 넘어서,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야 할 사업으로 판단되며, 이번 CES 2021이 의미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