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 트렌드 큐레이션]
폭스바겐이 전기차 충전용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2020년에 이어 최근 모바일 충전 로봇의 프로토 타입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전기차 충전 방식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운전자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 폰에서 충전 버튼을 누르면, 모바일 충전 로봇이 해당 차량으로 이동한다. 보통 때는 주차장 별도 공간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우리들 가정에서 사용하는 무선 전기청소기와 동일한 콘셉트로 이해하면 된다. 모바일 충전 로봇이 상용화되면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기가 있는 곳을 찾아 주차할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구역에서 충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전치가 충전사업자가 다수의 고정 충전소를 설치할 필요 없이 모든 주차공간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충전하자는데서 시작됐다. 따라서 이러한 모바일 충전 로봇은 향후 전기차 충전 생태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울 수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충전 로봇과 전기차의 원활한 통신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Car to X'라는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지만, 로봇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 확보를 포함해서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폭스바겐의 충전 로봇 콘셉트가 상용화 된다면 자율 충전과 자율주행이 모두가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은 무선전화 즉, 스마트폰이 빅 테크 산업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SW업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통해 SW를 구현하고 발전시켜왔다. 앞으로 10년은 "자동차"라는 디바이스가 빅 테크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러한 조짐은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2020년 1월 테슬라의 주가는 100불 수준에서 현재는 800불에 육박하고 있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제조하는 LG에너지 솔류션이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함으로써 앞으로 최대 100조 원 안팎으로 몸집을 불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뉴스들이 2021년 초에 집중되었다.
따라서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10년 이상 빅 테크 업계의 최대의 화두로 자리매김할 것의 확실하다. 자동차 산업의 디바이스 관점에서 놓고 보면, 전기차 제조 OEM업체과 전기차 충전소 시장이 가장 핫한 마켓이 될 것이며, 이들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테슬라와 자율주행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했던 업체는 웨이모(Waymo)이다. 웨이모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자율주행 사업부에서 분사된 조직으로 그동안 자율주행 분야에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해왔으나 아직까지 유의미한 진전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해답은 "빅데이터"이다.
웨이모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25,000대의 가상 차량으로 자율주행 개발을 시작했고, 2019년 기준 현실 세계의 시험 차량은 600대에 불과하다. 우리가 알고 잘 알고 있듯이 이세돌을 꺾어 화제가 된 딥마인드(Deepmind)는 바둑판 위에서 발현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체득하고 학습했다. 하지만, 자동차 주행은 바둑과 달리, 운전자별 습관, 컨디션과 다양한 돌발 변수(날씨, 인프라, 나라마다 다른 법규)로 인해 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웨이모에게는 절대적으로 살아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웨이모에게는 스마트폰 전성기 당시 삼성과 같은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디바이스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 웨이 모의 가장 큰 약점인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핵심 가치 사슬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는 테슬라는 현재로써는 대항마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 역량이 있는 디바이스 업체와 SW업체가 협업을 해야 하는데 바로 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애플이다. 따라서 애플이 어떤 OEM업체를 선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이다.
현재 Tesla에 대항할 수 있는 OEM 제조업체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차량 기능 무선 업데이트 OTA(Over The Air)를 테슬라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기차 OEM 업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2025년 이전까지 데이터 플랫폼 시장 진입을 위한 전제조건을 갖춘 업체는 현대차, 폭스바겐(VW), 지엠(GM)이 유일하다.
신기하게도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자동차 업계에서 2nd Tier 업체들로, 나름 큰 시련과 사건을 겪었다. 다만, Top Tier 업체 대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투자 열망이 강하고, Top Tier 임원들은 내연기관 자동차로 성공하여 그 자리에 오른 만큼,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수용에 비적극적인 부분 등이 역으로 현대차, 폭스바겐 그리고 지엠에게는 오히려 득이 되는 형국이다.
자동차 산업의 디바이스 관점에서 전기차 충전소 시장도 유망한 사업 중의 하나이다. 전기차 충전소 시장은 전기차 자체 개발보다는 기술 장벽이 낮은 만큼, 여러 업체들이 진입하고 있다. 사실, 테슬라는 미국 기반의 회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테슬라 전기차는 북미 시장에 기반해 기획된 제품이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미국집에는 개인 차고(Garage)가 있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개인 차고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월하게 충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아울러,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의 야외 주차장 그리고 프랜차이즈나 패밀리 레스토랑 주차장 등 아웃도어 환경에 충전 스테이션이 설치되는 추세이다. 이렇다 보니, 충전 스테이션과 키오스크에 아웃도어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광고사업을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외부활동이 위축되면서 그동안 대형 옥외용 광고에 투입되었던 마케팅 비용이 필수 생활에 필요한 쇼핑몰과 마트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렇게 실생활 주변의 아웃도어 환경에서 새로운 광고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결국,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기 위해서는 나만의 차별화, 즉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창의력이란 두 개의 서로 다른 영역을 결합하고 아우르는 능력이다. 엔지니어가 인문학과 예술 강의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얼핏 보면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분야의 지혜와 식견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사고방식이 창의력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창조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에게 어떻게 해서 창조했는지를 묻는다면, 그들은 좀 쑥스러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자기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서로 연결해서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통합시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충전 시장에 로봇을 도입하고, 여기에 광고사업까지 접목시킴으로써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