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싱가포르, 비즈니스 허브 두바이]
지난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걸프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역사적인 관계정상화 협정에 서명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아랍 국가와 정식 수교를 맺은 것은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새로운 관계 속에서 미국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UAE와 이스라엘 양국 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새롭게 추진해 나가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UAE와 이스라엘과의 수교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
겉으로는 탈 석유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충분한 산업시설이 부족한 중동의 아랍 국가들은 변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 글로벌
공급망은 유효하지 않다. 향후 국가 생존 측면에서 미국과 한배를 타고 있는 이스라엘과 정상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제 중동의 아랍권 국가들도 실리적인 관계 구축이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판단하는 것을 보인다.
앞으로의 중동지역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이스라엘과 UAE의 정식 수교 이후,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관계 정상화가 될 경우, 중동지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앙숙 관계이다. 이런 상황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한층 더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이미 셰일 오일로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굳이 고의적 개입과 관여를 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므로, 앞으로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정면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UAE의 새로운 석유 고객
UAE는 새로운 석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라크에서 대부분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터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이라크는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UAE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주변의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석유 파트너십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UAE의 자금력,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상호 활용
이스라엘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 강소국이다. 특히 첨단기술 전문가들이 넘쳐나다. 향후 UAE는 이러한 고급인력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스라엘은 정부 주도록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UAE는 새로운 투자처로 이스라엘을 활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첨단기술과 UAE의 자금이 만나면 탈 석유화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스라엘은 터키를 제외하고 중동에서 가장 큰 비석유 경제(non-petro economy)를 가지고 있는 만큼 UAE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분명하다.
이스라엘 관광객 유치는 UAE에게는 새로운 수익원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2017년에는 전체 이스라엘의 50% 가까이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두바이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비행기로 4시간 이내의 거리라서 이동시간이나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UAE입장에서는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작년 말부터 두바이와 텔아비브를 오가는 직항 편이 매일 2차례 운행하고 있다. 중동국가에서 이스라엘을 입국하기 위해서는 요르단을 경유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참고로 두바이에서 만든 신용카드는 이스라엘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양국 간 금융/은행 협약을 시작으로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 이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급속히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노리는 비즈니스 전략
이런 틈을 타서 구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있는 광통신망 구축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저로 약 8천 km에 달하는 케이블을 설치하는 이 계획에는 4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예상된다. 구글은 오만의 통신회사인 오만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이탈리아의 텔레콤 이탈리아사와 협력한다. 이들은 비용을 지원하고 추후 통신망 일부를 이용하게 된다. 구글은 영상, 검색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많은 통신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경쟁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프리카에 3만 7km의 케이블을 설치하는 ‘2 아프리카(2 Africa)’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을 추진 중인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가 중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보다폰 그룹과 프랑스 오렌지사도 연관되어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빅 테크 기업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추진하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UAE와 이스라엘 양국의 협력 분야는 항공, 관광, 무역, 국방 등 다양한 분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첨단농업과 헬스케어, 에너지 부문에 대해서 선도적인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양국의 협력이 본격화된다면 이는 UAE가 추진 중인 신 산업 육성과 탈석유 및 산업 다각화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스라엘 경제부는 UAE 수출이 최대 5억 달러까지 급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사이버 산업과 의료장비, 금융 기술, 통신, 농업 등을 유망 분야로 선정했다.
그런데, 양국 간의 협력이 활발해질 경우,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ICT와 의료바이오, 방산 등이 산업분야에서 이스라엘과 경쟁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다각도로 파트너 관계를 맺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두바이와 중동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