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쯤으로 기억된다. 코로나로 셧다운이 되면서 하루가 멀게 확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직장인들의 업무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이제 1년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한 많은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단점을 다루는 기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협업 툴을 제공하는 회사 중 일부는 언론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들도 있었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툴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시대를 앞서가는 인재라는 평가도 한몫했다. 글로벌 기업의 리포트와 세계 석학들은 앞다투어 다가올 뉴 노멀을 강조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재는 뒤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백신 개발과 보급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기준 코로나 확진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재택근무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유명기업의 CEO들은 이제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군다나 재택근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미국 빅 테크 기업에서도 반대의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재택근무에 가장 부정적이다. 골드만 삭스 회장은 "지난해 10% 미만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이는 뉴 노멀이 아니라 일탈(aberratoin)일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JP모건의 회장은 "재택근무는 직원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직원들의 창의적 협업도 가로막는다"라고 혹평했다. 업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투자와 영업 전략을 짜야하고, 여기에 보완이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논리이다.
상황은 빅 테크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 CEO는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뷰에서 “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며 “대면 접촉 없는 근무 방식은 글로벌 기업인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밖에 없다”라고 했다. 지난해 장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했던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최근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하면 만남 전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만남을 할 수 있다”며 “오랜 재택근무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의 문제점 중 하나는 부여받은 자유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도덕적 갈등과 나태함으로 인해 일과 삶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협업이 많이 필요한 부서의 경우, 대면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을 서면이나 디지털 툴을 통함으로써 생기는 비효율이다. 이런 부분은 조직의 유연함과 개방적인 리더십과는 조금 결이 다른 애기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행복과 장점은 자유도인데, 결국 이것은 생산성과 업무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만 지속 가능하다. 자유도를 부여하는 주체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를 접했다. 영국의 한 정부기관이 직원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재택근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영국 운전면허청은 재택근무자의 사무실 복귀 여부를 판단할 목적으로 허리사이즈를 조사하고 있다며 여성은 34인치(86cm), 남성은 40인치(101.6cm)가 넘는지 확인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운전면허청이 언급한 기준인 ‘남성 40인치, 여성 34인치’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태’로 보는 수치와 유사하다. 해당 수치를 넘지 않는 직원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사무실 복귀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이제 기업과 구성원 간의 재택근무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는 주 2회 이상 재택근무를 필수항목으로 포함하는 연봉협상이 일반화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