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은 인종차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 5월 말,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남성이 경찰관의 폭력적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곧 미국 전역의 대규모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지난 3월에는 미국 조지아에서 한국인 총격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이후로도 뉴욕 등 대도시에서 아시아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아시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top Asian Hate"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토록 민감한 인종차별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회사가 바로 나이키(NIKE)이다.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활용해 인종차별이 여전한 세상을 향해 변화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던져왔다. 작년 말 Nike Japan이 공개한 광고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흑인 혼혈인으로 살면서 겪는 차별과 왕따를 이겨내면서, 축구선수를 꿈꾸는 3명의 10대 학생들이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물론 엄청난 평점 테러는 물론이고, 한동안 일본 내 나이키 불매운동도 있었다. 나이키의 이런 마케팅 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2018과 2020년에도 Just do It 캠페인을 활용해, 미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논란 등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불매 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은 사전에 철저히 계산된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84%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기업은 잠재적 고객 16%를 버리는 대신 84%의 편에 적극적으로 서서 고객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NPD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지표가 나이키에 긍정적이었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언급이 증가하고, 매출이 증가하고, 광고 캠페인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라고 했다. 그는 “나이키의 결정은 핵심 고객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층과 일치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정치 이슈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아 왔다. 중립적이어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패션 브랜드들도 점차 사회·정치 이슈에 명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PR 컨설팅 회사 에델만이 전 세계 8개국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에 이르는 소비자가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문제에 대한 브랜드 입장이 구매 결정을 좌우한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인권과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자신의 생각이 같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의식 있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