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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M Jun 14. 2020

언택트 시대에 "배달 로봇" 성큼 다가온다

변화는 우리가 절실히 원해서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가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갑자가 다가오기도 한다.

얼마 전 SNS를 보다가 눈길이 가는 포스팅이 있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Digital Transpormation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답은 CEO도 아니고, CFO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대답했다.



지식인들이나 미래학자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4차 산업혁명 이후 다가올 미래에 대해 강의하고, 회사 조직 내에서도 변화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수십 년 동안 주장해 왔지만, 갑자기 찾아온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에 따라 자동화 및 무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물류배송이나 자율주행 관련 기업은 당연히 이 기회를 노린다. 




"배달 로봇" 개발 기업 "뉴로 (Nuro)"가 최근 미국 약국 체인 "CVS (CVS Pharmacy) '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배달 로봇"을 통해 텍사스 일부 지역 주민에 CVS에서 제공하는 약을 배달한다. 


CVS의 공식 사이트 또는 어플에서 약을 선택하고, 뉴로(Nuro) "배달 로봇" 서비스를 클릭한다.  배달 차량이 도착하면 고객은 ID 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체크하면 주문한 약을 받을 수 있다.  배달 차량에는 운전기사는 

없고, 배달 물품만 실려있다.  이번 CVS와의 제휴를 통해 뉴로(Nuro) "배달 로봇"의 수행 범위가 슈파마켓이나 식료품에서 의료, 건강 분야까지 확대된 것이다.


출처 : NURO


뉴로(Nuro)는 2018년 말부터 미국 대형 슈퍼 체인 "크로거 (Kroger)"와 공동으로 "배달 로봇"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었고, 현재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9년 말 뉴로(Nuro)는 미국 

월마트와 공동으로 휴스턴 지역에서 "배달 로봇"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로(Nuro)는 2016 년 창업한 회사로, 구글의 전 수석 엔지니어 출신의 朱佳俊 (Jiajun Zhu) 씨와 데이브 

퍼거슨 (Dave Ferguson) 씨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2019 년 2 월에는 소프트 뱅크 산하의 비전 펀드에서 9 억 4000 만달 러 (약 1022 억원)를 조달하고 2018 년 초에는 시리즈 A에서 9200만 달러 (약 100 억원)를 조달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출처 : NURO


배달 로봇의 장단점은?

"배달 로봇"사업은 대부분 대학교 캠퍼스에서 시작되었고, 시범 운영도 캠퍼스 내에서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학교 캠퍼스는 평지인 경우가 많고, 실제 외부 환경과 유사하게 차량과 사람이 

돌아다니고, 동시에 사유지인 경우가 많다 보니, 시범 사업이나 테스트를 하는 데 있어서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나 일본 그리고 미국 일부 지역은 아직까지 완전 자율주행차가 공용도로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배달 로봇"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몇 가지의 장점은 있다.


첫 번째, 공짜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사례를 참조하면, 로봇 배송을 위해서는 $2~5 정도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대부분 프로모션으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우아한 형재들"이 건대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사례를 보면  할인 쿠폰을 발급해줘서 배송 비용은 물론이고, 실제 음식비용보다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기도 하다.  반대로, 돈을 받는 다면 부가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사업모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장점은 안정성이다.   배달 로봇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인다.  시속 4~5km 정도의 속도로 맞춰져 있다고 하니, 사람이 조깅하는 속도(8km) 보다 느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언택트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제는 사람을 피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굳이 문을 열고 닫으며 배달하는 분들과 마주치지 않고 싶은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착하면 본인에게 연락이 오고, 원하는 시간에 본인이 나가서 직접 건을 찾아오면 된다.  배달하는 분이 로봇이라면 만난다고 해도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만, 현실 세계에서는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대당 로봇 가격만 $3,000~$8,000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소프트웨어 비용은 별도로 들어간다.  당장 배달 기사 한 명은 

한 달에 200~300만 원 정도인데, 배달 로봇이 4,000만 원이라면 로봇 도입을 손쉽게 결정할 수 없다.


두 번째, 배달 로봇은 아직까지 사람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동시에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자신이 계산한 것과 1도만 틀어저도 바로 넘어질 수 있다.  대학교 캠퍼스와 같이 예측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로가 아닌 번잡한 시내나, 미지의 세계로 나갈 경우,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지금보다는 진보된 기술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인 잇슈일 것이다.  결국 "원가"와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일정 부분 해결된다.  다만, 

로봇으로 인해 우리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누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일까? 이밖에도 도로 

정체, 보행자 방해, 도난 사고 등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는 많다.




그럼,  배달 로봇 시장은 어떠한가? 성장하고 있는가?


Amazon Scout

아마존 스카우트(Amazon Scout)는 바퀴 6개가 달린 자율주행 로봇으로, 소형 냉장고 크기다.  스타트업 로봇회사 Dispatch를 인수하여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9년 1월에 미국 워싱턴주에서 첫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후 캘리포니아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스카우트(Scout)가 고객 집 앞에 도착하면 아마존 앱을 통해 도착 알람이 뜬다.  고객이 주문 인증을 거치면 

자동으로 잠금 해제하는 방식이다.  배송지에 고객이 없을 경우 아마존 직원이 스카우트에서 상품을 꺼내 배송을 완료한다.


다만, 일정기간 동안 "아마존 스카우트 앰배서더(Amazon Scout Ambassador)가 동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비스 초기인 만큼 로봇 훼손, 도난 등을 방지하고 고객에게 정확하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직원이 배송 과정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출처 : Amazon Scout


FedEx SameDay Bot

2019년 2월 최초 공개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로봇은 구매 당일 주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까지 구매한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은 바퀴로 이동하지만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턱이나 집 앞의 계단도 넘어갈 수 있다.


현재 오토존(AutoZone), 로우(Lowe 's), 피자헛(Pizza Hut), 타깃(Target), 월그린(Walgreens), 월마트(Walmart) 등과 자율 배송 로봇 개발 및 도입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고객의 60 % 이상이 제품을 구입한 상점에서 5km 이내로 자율 로봇이 배송을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거리에 있다


출처 : FedEx



Starship delivery robot

작은 아이스박스에 6개의 바퀴가 달린 스타쉽 테크놀로지의 로봇은 최대 9㎏짜리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최대 시속은 6km다. 또 360도 센서가 부착돼 각종 장애물을 피해 다닐 수 있고 야간 주행도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월 버지니아의 조지 메이슨 대학과 노던 애리조나 대학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퍼듀 대학에 "배달 로봇"을 배치했다.  상품 구입비에 2달러 정도를 더 내면 캠퍼스 내 어떤 곳이라도 평균 

15분 내에 배송을 해준다.


출처 : Starship Technology



KIWI Robot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캠퍼스 내에서 점심을 배달한다.  지난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키위봇은 평균 배달 시간은 30분이다.  배송비는 약 5달러 남짓으로 “시험기간이면 식사는 물론 버블티 같은 음료도 키위봇으로 주문한다”고 한다.  우수고객 50명은 일주일에 평균 15번 키위봇을 이용한다.  매일 두 번 이상 키위봇으로 배달음식을 먹는 셈이다.


출처 : KIWIBOT


Robomart

로보마트는 ‘자율주행 편의점’ 서비스를 지향한다.  승용차 형태의 자율주행로봇이 편의점처럼 판매대를 싣고 다니면서 주문이 오면 주문자에게 이동하는 방식이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료품은 물류센터의 배송 업무 처리와 고객 배송 과정에서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신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게 로보마트의 전략이다.


로보마트가 24~44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5% 이상의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채소나 야채를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로보마트는 소비자들이 식료품의 품질을 직접 살핀 후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 Robomart


REV-1

REV-1은 2019년 미시간대학 스타트업인 "리플랙션 AI(Refraction AI)"에서 개발한 3륜 로봇이다. 

이 로봇의 특징은 자전거 전용도로나 거리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쉽(Starship)"이나 "‘뉴로(Nuro)"는 자동차로 분류되어 도로를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하지만, REV-1은 자전거 도로나 좁은 골목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3륜 로봇으로 전기자전거(e-bike)로 분류되어 있어 

기존 로봇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인 것이다.


출처 : Reflection AI


일본 사례

저출산과 고령화로 만성적인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도 공용 도로에서 무인 "배달 로봇"의 주행 실험 추진 중이다.  야마토운수 및 라쿠텐(楽天) 등 배송 업체와 함께 2019년부터 공용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로봇은 자동운전 기술 개발업체인 ZMP 등이 주도한다.


일본의 도로교통법상 무인 로봇은 무인운전 차량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현재 법률상 무인로봇은 공용도로를

달리지 못하며 인도에서도 주행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실용화를 위해서는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 alamy


중국 사례

중국 음식 배달 기업 ‘메이퇀(MEITUAN:美团)’은 2016년부터 무인배달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두 개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하나는 "샤오다이(小岱)"로 야외 "배달 로봇"이다.  건물의 주변을 돌면서 최적의 배송경로를 찾고 길 위의 장애물도 피할 수 있다.  또 다른 로봇인 "푸다이(复代)"는 실내 "배달 로봇"이다.  

주로 호텔이나 사무실 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하면서 음식물을 나르는 역할을 한다.


출처 : MEITUAN


아울러 중국 스타트업 네오릭스(Neolix)도 "배달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회사의 로봇의 콘셉트는 셔틀 타입으로 상품 저장용 컨테이너를 탑재하고 있다.  배터리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0km를 주행할 수 있고, 20도의 경사를 오를 수 있으며 최대 이동 속도는 시속 50km이다.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배송차량을 개발하고 있는 R&D 장점을 살려서 화웨이, 알리바바 등 기업에 225대 차량을 판매했고, 2020년에는

1,000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 neolix




로봇과 인간이 공존 지점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달 로봇"을 전면 금지한 적이 있었다.  이후 많은 협의와 토론을 거쳐서  2019년 8월에 와서야 배달 테스트를 일부 허용한다.  기술과 원가도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인간의 일자리가 살아진다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러한 사회적 잇슈에 대해서도 3~4년 전부터 깊은 고민을 해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이 있다.


결국,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배달 로봇" 상용화의 첫걸음일 수 있다.  사람이 잘하는 일은 사람이 하고, 로봇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로봇이 맡아서 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단위의 조직에게만 이 숙제를 넘기지 말고, 기업이나 대학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사회 현상에 대해 깊은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실 대학 캠퍼스는 실제 배달 기사가 배달을 기피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워낙 넓기도 하고 배달을 갔는데 

학생들이 잘 안 나와서 대기 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파트 단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안상의 문제로 오토바이나 배달차량 출입을 제한을 하는 경우도 많고, 배달 기사분들에게 직접 물건을 받기 원하지 않는 고객도 많다.  더 나아가서는 문 앞 배달조차 꺼려서 직접 특정 장소까지 배달을 원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불편하고, 배달 기사님 입장에서는 시간을 버린다. 양측 모두 불편함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렇게 배달 기사님들이 기피하는 지역에 로봇을 투입하거나, 배달 기사님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건물 내 배송은 로봇에게 일임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해서 가능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스타쉽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s)의 CEO 렉스 베이어(Lex Bayer)는 "2020년은  자율 배송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배달 차량은 도로를 막고, 공기를 오염시키며,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배달 로봇"이야말로 고객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고 있다. 


원하지 않은 변화도 우리에게 찾아온다.  많은 부분 내 인생의 중요한 지점을 내가 결정하지 못하듯이,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변화는 다가온다.  그렇다고 피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피할 수도 없다.  변화가 온다면 그에 맞게 적응하면서 생존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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