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일본 KFC가 고속도로 전자요금 결제 시스템 (ETC, Electronics Toll Collection System)를 활용해 드라이브 스루 결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고속도로 전자 요금 결제 시스템 ETC와 드라이브 스루의 조합은 일본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자칫 ETC를 낯설게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하이패스" 유사한 콘셉트로 이해하면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새로운 동력이 될지 주목할만하다.
출처 : https://www.itmedia.co.jp/news/articles/2007/29/news099.html
맥도널드가 올해 미국 전역의 1만 4000개 지점 중 200곳을 영구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 중 대부분은 월마트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말 맥도널드 분기별 실적 발표를 보면, 2분기 순이익이 68% 감소했다. 예상했다고는 하지만 감소폭이 생각보다 크다. 지점을 폐쇄하고 대신 언택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키오스크 주문 확대와 드라이브 스루 효율화 등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는 패스트푸드 업체는 맥도널드뿐만이 아니다. 던킨 도넛도 2020년 말까지 45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며,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 6월 향후 18개월 동안 최대 400개 직영 매장을 정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Yelp의 최근 경제 평균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전국 음식점의 60%가 이후 영구적으로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매출을 분석해 보면, 특히 아침에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줄어든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데로 미국 맥도널드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37억 6200만 달러(4조 4800억 원), 순이익은 68% 감소한 4억 8400만 달러(5764억 원)였다.
이 중, 아침 시간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이른다. 아침 시간대의 매출과 방문객은 계속해서 마이너스 상태이다. 같은 기간 던킨 도넛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5960만 달러(710억 원)에 그쳤고, 스타벅스는 아예 6억 7840만 달러(8080억 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엔피디(NPD) 그룹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미국 레스토랑 체인의 아침식사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으며, 점심(11% 감소)과 저녁(12% 감소) 보다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침 메뉴의 경우, 고기 대신 계란 등을 넣어 단가를 낮출 수 있어, 매출과 수익성 모두 도움이 되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매출이 감소되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는 모양새이다. 재택근무와 집밥, 도시락 등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아침 식사 시장이 단기간에 살아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침 식사는 하나의 습관과도 같은데, 한번 뒤틀리면 원상 복귀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배달 서비스 등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배달비용과 팁까지 내면서 아침 식사를 주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ETC는 "Electronic Toll Collection System"의 약어로 고속도로 전자요금 결제 시스템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유료 고속도로 결제 시스템이다. ETC가 처음으로 도입된 2001년에는 0.9%에 불과했으나 2006년쯤부터 급속도로 이용률이 증가해 2013년에는 약 90%가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유사한 콘셉트인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의 이용률은 2019년 7월 기준 81.9%이다.
지난 2006년부터 일본 정부의 IT정책 추진 일환으로 ETC 시스템이 민간에 개방되었으나, ETC 정보 송수신 장비 1대당 500만 엔가량의 고 가격으로 상용화는 제한적이었다. 대신, 유로 주차장 사업을 하는 일본의 대표기업 Park 24에서 ETC를 이용한 주차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고, 자동차 페리 승선에 ETC 시스템을 도입하여 승선 요금을 결제하는 사업도 추진한 사례가 있다.
ETC 단말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약 2만엔 가량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보급률이 저조했으나 ETC를 탑재한 차에 대한 통행료 대폭 가격 인하 정책으로 현재는 약 90%가 이용하는 기본적인 장치가 되었고, 앞에서 언급한 주차장이나, 페리 등 민간영역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의 ETC의 경우, 사전등록을 하면, 일반 신용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솔루션의 기본 콘셉트는 다음과 같다. 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최대한 방지하고, 매장에서는 사람들과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지갑과 스마트폰을 건드리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는 일본 내 첫 시도이다.
우선, KFC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ETC 안테나와 장비를 설치한다. 이후부터는 일반 드라이스 스루 매장과 동일하게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지만,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지 않고, 그대로 출발할 수 있다. 설치해둔 안테나가 차량에 부착된 ETC를 인식하기 때문에 마치 톨게이트처럼 순식간에 통과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햄버거는 젓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식사하기 전에 손님이 지갑이나 현금, 스마트폰 등을 만지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 일본 "피자헛"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초부터 시작한 "자동차 피자"라는 서비스이다. 온라인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고, 피자헛 주차장에서 기다리면 매장 점원이 주차해 있는 차량까지 직접 피자를 가지고 와서 전달해주는 콘셉트이다. 물론 "피자헛" 매장에서 테이크아웃도 가능하지만, 비접촉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새롭게 시작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는 커브 사이드(Curbside)라는 이름으로 이미 진행해왔던 서비스이다. 고객들은 차에서 대기하면서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전달받는다. 이미 베스트바이(BestBuy)나 타겟(Target)등 리테일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었고,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국 스타벅스는 이 콘셉트를 새로운 매장 중심으로 본격 도입하려고 한다. 일본 피자헛과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어플을 통해 주문, 결제하고 지정된 주차장소에서 음식을 기다린다. 이후 커피가 준비되면 매장 직원이 차에서 기다리는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준다.
사실, 드라이브 스루는 북미지역 특히 미국에서 1970년부터 활용해왔던 서비스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켜, 전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일본에서 "커브 사이드"와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혁신적 아이디어에는 장벽이 없다. 타 사업과 문화를 자신의 것과 융합하여 재구성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콘셉트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서점이나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던 이 방식을 진료에 활용했다는 것 자체로 4차 산업을 뜻하는 융합에 걸맞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드라이브 스루 콘셉트를 적용해 왔다. 예를 들어, 행정처리에도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했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본인 확인 절차를 통해 각종 등본, 인감증명서 등 수십 종의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편의점도 이미 드라이브 스루 대열에 합류했다. GS25는 평균 30,000대 이상의 차량이 지나가는 창원터널 초입에 위치한 GS25 창원 불모산점을 드라이브 스루 점포로 오픈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자동차 제조기업 또한 자동 결제 시스템 등을 차량에 적용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에 대응한다. 주유소, 주차장 등에서 결제할 때 지갑 속 결제수단을 찾을 필요 없이 차량에 있는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그런 세상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