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문화는 '쌀'이라는 동일한 문화의 뿌리가 있다. 하지만 조리법과 먹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비빔밥이 발달한 반면, 중국에서는 볶음밥이, 일본에서는 스시(초밥) 발달한 것을 볼 수 있다. 문화와 역사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14억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도 역시 주식은 쌀(밥)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안녕하세요?”와 같은 전형적인 인사말 대신에 중국 사람들도 “오늘 쌀밥 드셨습니까?”, "오늘 식사하셨습니까?"라고 인사한다. 또한, 중국의 오래된 민간요법 중에는 뼈가 쑤시거나, 감기나 배가 아픈 경우 구운 현미를 갈아서 생강 뿌리를 천에 싸서 물에 달인다. 그리고 이를 관절이나 배에 대고 문지르는 민간요법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일을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잃는 것을 “밥그릇이 깨지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밥그릇을 엎는 것은 불행을 나타낸다. 중국에서 가장 무례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밥그릇에서 밥을 집어 올리고 땅에다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중국에서 최근 YUMI GRANARY(御米糧倉)라는 가정용 쌀 보관 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 회사가 등장했다. 공기 청정기나 살균기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하여, 쌀을 위생적으로 저장하고 보관하는 제품을 개발한다. 일반적으로 쌀은 공기와 접하게 되면 산화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진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라이스 스토커(Rice Stocker)는 쌀을 습기로부터 보호하고 곰팡이나 기타 벌레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해준다.
이러한 라이스 스토커(Rice Stocker)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사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쌀 보관 전용 냉장고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재밌게도 중국에서는 이러한 쌀 전용 보관 용기가 지금까지 보급되지 않았다. 공기 청정기와 정수기는 연간 1,0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등 생활건강 가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매일 주식으로 먹는 쌀의 신선하게 관리해주는 주방 가전은 아직 보급되지 않은 점을 착안해 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쌀을 살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저온, 진공, 건조 등의 다양한 방법도 있었지만, 결국 이 회사는 플라즈마 기술로 제품을 구현했다. 제품을 열고 닫을 때, 살균 기능이 작동되며, 원터치로 99%의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다. 아울러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품에 탑재된 IOT 칩을 활용하여 쌀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전용 스마트폰 앱과 연계하여 신선도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보관이 가능한 용량은 총 6Kg으로, 레드닷 디자인상(Red Dot Design)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팀이 직접 디자인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남은 잔량을 파악하여 자동으로 주문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 내 약 20개 업체와 제휴를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쌀은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중간업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어플을 활용해서 사전에 쌀의 잔량을 파악하여 주문하면 72시간 내에 신선한 쌀이 도착한다.
쌀을 저장하는 물리적인 저장 공간인 라이스 스토커(Rice Stocker)와 전용 어플(미니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소비자와 공급자를 하나의 Loop로 역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라이스 스토커라는 물리적 디바이스는 한번 구매하면 끝이지만, 쌀 구매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한번 락인(Lock-In)되면 고객 구매율은 필연적으로 올라간다. 이 회사가 추가하는 것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고객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공기청정기와 로봇 청소기와 같이 앞으로 중국 가정 내 반드시 필요한 가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현시점에서 실질 구매층은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고소득 도시 생활 가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생활 가전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활수준과 삶의 질이 향상되는 중국 가정을 볼 때, 앞으로 이러한 쌀 보관 제품은 중국 내 필수 가전제품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