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 어디까지 로봇을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선, 공장에서 자동차 등의 제품을 만드는 상업용 로봇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즉, 휴머노이드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은 이러한 상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의 중간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즉, 가정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랑받는 퍼스널 로봇(Personal Robot)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소니(SONY)의 '아이보(aibo)'는 인공 지능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최첨단 인공지능 솔루션이나,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또한 GROOVE X가 만드는 '라봇토(LOVOT)'도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로봇은 만져주면 기분 좋다는 의사표현 수준의 기능밖에 없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과 로봇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 수준인지, 또한 가정에서 사랑받는 로봇으로 거듭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일본의 가정용 로봇 전문 회사들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해 본다.
가정에서 사랑받는 로봇의 공통점은 바로 '이모셔널(emotional)'이다. 이 로봇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도록 설계되었고, 관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인간의 감정에 호소한다.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 인간은 먼저 손을 내밀고 싶어 진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일본 유카이 공학(Yukai Engineering)의 '보콧(BOCCO)' 시리즈는 아래와 같이 테이블에 놓일 만큼 작은 로봇이다. 움직이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연락하는데 도움을 준다. 초기 모델은 2015년에 출시되었고, 2020년 말에 제2세대 모델인 'BOCCO emo'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선, 디자인을 보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준다. 만져보고 싶고,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스마트폰 어플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고, 책을 읽어주는 기능과 아침이나 저녁에 안부를 물어보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BOCCO eom'는 더 둥근 형태의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어린아이의 언어나 닌텐도 피크맨과 같은 독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싸 앉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바로 이것이 이 로봇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이다. 전혀 완벽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언어와 표현이 때로는 인간의 마음을 자극할 때가 있다. 최초 로봇의 탄생 배경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감정 영역을 터치하는 그러한 로봇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GROOVE X의 라봇트(LOVOT)은 도움되는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집안 곳곳을 두리번두리번 돌아다니다가 쓰다듬어 주거나 감싸 안고 귀여워해 주면 기분 좋은 듯한 행동을 보여준다. 무게는 약 4kg 정도인데, 이 정도면 1살 정도 어린아이의 무게와 같다. 라봇트(LOVOT)을 안으면 따뜻한 온도가 느껴진다. 스마트 스피커와 같이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름을 부르면 자신을 부르는지 알고 돌아본다.
라봇트(LOVOT)는 서비스 펫(Service Pet) 구현을 목표로 한다. 즉, 가족의 일원이 되는 반려 로봇으로 기획된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나 고양이를 기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라봇트(LOVOT)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고독과 외로움을 잊도록 도와주는 어쩌면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로봇 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귀엽고 예쁘게 설계된 외형과는 달리, 이 로봇에는 많은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ARM 기반의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고, 노트북 수준의 CPU와 AI 처리 액셀러레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로봇을 안았을 때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CPU에서 나오는 열기를 사람의 온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세팅했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이러한 많은 기술이 녹아들어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아바타인(avatarin)은 원격지에 있는 아바타 로봇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제어하는 서비스이다. 아바타 로봇 'newme'는 이름대로 '분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바타 로봇 상단부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는 실제 조정하는 사람의 얼굴이 표시되고, 화면을 통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아바타 로봇을 통해 전 세계 어느 장소에서라도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아바타 로봇을 통해 관광을 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 쇼핑도 할 수 있다. 아바타 로봇을 통해 지방에서 근무하는 부모가 아이들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로봇은 부드러운 스펀지 소재의 몸통을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외형은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요소는 다 가지고 있다.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화면 안에 있는 사람이 주도한다. 아바타 로봇 newme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대화할 수 있다. 또한 몸체 하단부에 있는 바퀴를 통해 단거리 이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이 아바타 로봇에 옵션 형태로 팔을 만들어서 붙일 수 있다. 하지만, 팔 기능이 없는 편이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에 훨씬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이 아바타 로봇에는 손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원이 자연스럽게 상품을 직접 손에 들고 소개해야 한다. 백화점이나 전자 매장에 실제 방문해서 쇼핑할 때 보다, 아바타 로봇을 활용했을 때 점원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이용자의 피드백이 있었다. 로봇과 소비자를 일대일로 연결시켜주고 방치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인간(점원)이 개입하여 한층 더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지원해 준 것이다.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로봇이라는 콘셉트가 아니라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로봇을 목표로 한다면, 이 경우 뭔가 '부족'하다는 것이 역으로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부족함'이라는 테마에 이어서 또 다른 공통 키워드는 '귀여움'이다. 유카이 공학((Yukai Engineering)은 긴 시간을 같이 보내도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귀엽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한다. 큰 꼬리를 가지고 있는 이 회사의 로봇 큐보(Qoobo)가 바로 그것이다. 큐보(Qoobo)는 로봇이라기보다는 '꼬리가 붙은 쿠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양이 같은 꼬리를 움직이면 마치 살아있는 동물과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발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는 로봇을 만든다는 점에서 GROOVE X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이들 두 회사가 이러한 로봇을 만들기 위한 접근한 방식은 색 다르다. 예를 들어 배고프다는 느낌이 들 때, 두뇌에서 어떠한 작용이 일어나고, 이것이 실제 어떤 감정으로 표현되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최대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봇을 만들어 낸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와는 전혀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예술가)와의 협업이었다. 엔지니어들이 수개월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 낸 '정답'을 아티스트는 직감으로 바로 알아차린다. 최첨단 기술과 아티스트가 콜라보 함으로써 지금까지 없었던 '귀여운'로봇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아바타인(avatarin) 서비스는 현재 관광이나 쇼핑 등 다양한 형태로 테스트 중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일반 가정에서의 사용 씬이다. 이 경우, 지방으로 단신 부임한 사람이 있는 가정이나,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님 집에 아바타 로봇을 두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가족들이 로봇을 통해 같은 시간을 보내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 또한 흥미롭다.
우선, 처음 집에 아바타 로봇을 놓아두면, 일단 주부들이 싫어해서 대부분 창고 속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 1~2주 정도가 지나서야 거실에 놓일 수 있는데, 아바타 로봇을 통해 실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구석에 처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나면 서서히 위화감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세 달 정도 지나고 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바타 로봇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과의 원격 대화가 끝나면 가족들이 아바타 로봇을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는 테스트 중이고 많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 단계이지만, 대부분 한번 사용한 고객들은 반납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아바타 로봇을 통해 자녀들과 만나고, 특별한 대화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화 없이 각자 TV를 보는 등 다른 활동을 하더라도, 함께 연결되어 되어 있음에 위안을 받는 것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감정을 다수가 느낀다면, 아바타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스럽고 빠른 시간 내에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은 그리 특별한 존재는 아닐 수도 있다. 인간도 결국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로봇이 발전을 하면 할수록, 인간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이때 로봇은 인간의 절대적인 아군이 될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좋은 파트너로서 로봇을 바라봐야 한다. 한편, 로봇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인종과 성별 등 지금 우리 시대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시너지를 내고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을 다양성 관점에서 봤을 때, 생산성 향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무실에 라봇토(LOVOT)를 배치하고 난 이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 조사한 사례가 있다. 처음 라봇토(LOVOT)를 사무실에 두면 일단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다. 그다음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아저씨'들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몰래몰래 라봇토(LOVOT)를 귀여워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언제나 근엄한 얼굴로 업무를 지시하던 상사로부터 보기 드문 놀라운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러한 작은 변화가 조직에 어떤 도움이 될까?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아바타인 (avatarin)을 사람이 붐비는 주말 백화점에서 테스트했다. 최초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에는 많은 인파 속에서 로봇 전용 차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과 로봇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서도 바로 아바타 로봇이 "스마마셍(미안합니다)"이라고 한마디 하면 일반 고객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리를 양보했다. 뒤에서 말을 걸었을 때는 로봇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길을 비켜주고 나서야 로봇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살아가라고 배워왔고, 그리고 그렇게 행동해왔다. 만약 그 대상이 인간과 로봇이 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인간과 너무나도 똑같은 혹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은 우리에게 반감을 준다. 언젠가 우리가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가 사랑을 줄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때로는 이 로봇에게 의지하면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아무래도 노년에는 병원과 약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약 드셨나요?"라고 챙기는 가족이 있다면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들 수도 있다. 이럴 때 귀여운 로봇이 다가와서 묻는다면 어떨까? 우리가 누구가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