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2020년 2월, 코로나로 인해 중국 광저우시에서는 감염 예방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거주지를 통제하다 보니 집까지 퀵서비스나 택배를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지정한 장소에 물건을 두면 픽업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다.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던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 유사한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중국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배송 택배 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접촉하는 운전기사와 택배기사님들의 역할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비말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와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최근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을 통한 배달 및 배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중국 스타트업 Neolix(新石器)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5월 기준으로 자율주행 4 레벨의 차량을 연간 3만대 생산 가능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2020년 약 1,000대 정도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히나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Neolix社가 KFC와 협업하여 자율주행 푸드트럭을 선보였다. 이 푸드트럭은 상하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지하철역 앞을 운행했다.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다 보니 사람이 탑승할 공간이 없고, 내부에서 조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재는 조리된 음식을 그대로 싣고 와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형태이다. 고객은 차량 옆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메뉴를 선택한다. QR 코드를 이용해 결제를 마치면 문이 열리고 주문한 음식을 꺼내 가면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자율주행 푸드트럭을 본 일본인들의 반응이다. 이 소식은 최근 상해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이 트위터에 포스팅하였고, 이후 포브스 등의 언론에서 기사로 다루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댓글을 보면 "왜 이렇게 일본은 시대의 흐름에 많이 뒤처졌을까?", "중국의 발전 속도가 대단하다" 등등 중국의 앞서가는 모습에 대해 놀라워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한때 아시아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으로써는 자존심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KFC의 모회사는 Yum! Brands이다. 미국 패스트푸드 회사로 산하에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가지고 있다. 중국 사업은 Yum China 가 담당하는데 2016년 기준 68억 달러의 매출과 7,6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을 거느린 중국 최대의 외식업체 중 하나이다. 2016년 Yum! Brands에서 분리되어, 같은 해 11월 1일 독립 상장 회사가 되었다. 중국 본토 각 지방과 자치구에 위치한 1,100여 개 도시에서 8,484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45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Yum China는 KFC, 타코벨(Taco-bell), 피자헛(Pizza Hut), 코피앤조이(COPii & JOY) 커피바 등 여러 자회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 브랜드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푸드트럭을 선보이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중국인들의 숨은 의도와 전략이 돋보인다. 수많은 중국 브랜드 음식을 두고, 굳이 KFC와 협업해서 미국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 중국의 발 빠른 변화를 보며 의기소침해하는 일본인들의 모습 또한 아이러니하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무역뿐이 아니라, 금융, 화폐, 기술분야 등 전 영역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FC 자율주행 푸드트럭은 미국에 대한 상당한 도발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중국은 코로나를 극복하고 최신 기슬의 접목체인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는 데는 아직까지 많은 규제와 안정성 검증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으로 인해 타 국가 대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표한 바를 그들의 시간표에 따라 하나하나 이루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율주행 푸드트럭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지역에서 실제 운용이 가능할지 점검이 필요하다. 무인운영 시스템인 관계로 주문한 것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가져가는데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차량 청소와 소독과 같은 문제도 대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팬데믹 시대에는 이런 형태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며, 모빌리티와 외식업이 융합된 시장은 계속해서 커져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KFC뿐만 아니라 피자헛(Pizza Hut) 브랜드도 자율주행 푸드트럭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스마트 시티와 융합된다면 한층 더 다양한 사업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율주행 푸드트럭이 성공할지는 궁극적으로 대중들이 결정할 일이다. 여기서 같이 고민해 봐야 부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입장이다. 정치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사업이나 신기술 같은 분야에서는 최대한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트위터 사용자와 같이 현상을 인지하고 전달하는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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