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시간 그리고 남은 기억
매장 운영 5년차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양수인에게 매장을 잘 넘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공간이었지만 정리하는 순간까지 특별한 미련은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한없이 가벼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영을 끝내고 나니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퇴근 후, 미팅이 끝난 뒤, 혹은 운동을 마치면 매장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것이 내 일상의 일부였다. 며칠 전 저녁 수영을 마치고 차 시동을 건 순간, 자연스럽게 매장 쪽으로 핸들을 돌리려는 나를 발견했다. 내 몸은 아무렇지 않게 매장으로 향하려 했던.. 그 모습이 우스워서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살려고 해서 산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어느새 내 삶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수영을 하고,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기 전 매장을 들르는 그 행위에 노력이 필요했다면, 나는 5년 동안 부업으로 이 매장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살아내는 것.
정리를 마치고 나니, 잊을 수 없을 몇 가지 장면들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에피소드 하나. 겨울 임장
21년 겨울, 매장을 찾기 위해 다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 시기였고, 좋은 자리는 이미 빠르게 아이스크림 매장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한번 마음먹은 건 반드시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래서 그 때는 매장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 출퇴근 길에 임장을 다니고, 주말에도, 눈 오는 날에도 부동산 지도를 들고 동네를 걸었다. 수십 번 발품을 팔아 결국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입지를 찾아냈다. 좋은 자리였지만 네이버 광고에 안올라와 있는 매물이었다. 그렇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무권리금으로 매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 둘. 아파트 잔금과 매장 오픈을 동시에 치른 날
매장 오픈일이 아파트 잔금일과 겹쳤다. 오전에 지방으로 내려가 잔금을 치르고 올라와, 오후에는 매장을 열었다. 그날의 풍경이 아직도 강렬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어떻게든 삶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에너지가 넘쳤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지인들은 혀를 내둘렀지만, 나는 지금도 그 방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가끔은 삶에서 승부를 거는 태도가 필요하다.
에피소드 셋. “사장님, 잘 되실 거예요.”
어느 날 매장을 청소하고 있는데 손님 한 분이 말했다.
“사장님, 잘 되실 거예요. 열심히 사니까 정말 잘 될 겁니다.”
그 말이 꽤 오래 내 마음 속에 남았다. 온라인에서는 누군가 성공했다고 하면 시기와 질투가 먼저 앞서는 순간을 너무 자주 본다. 하지만 내 삶을 지켜본 누군가가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경험은 큰 힘이 되었다. 그 이후로 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피소드 넷. 아이 엄마의 문자
어느 날 한 아이가 1,000원짜리 물건을 매장에서 들고 나간 적이 있다. 그날 저녁 아이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가 가져간 물건은 다시 제자리에 두었고, 혹시 어떤 보상을 드리면 될까요?”
문자 속에서 나에 대한 미안함과,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에피소드 다섯. 좋은 예감
2,000세대 아파트와 500세대 빌라 단지를 직접 전단지를 들고 돌아다니던 시절도 잊지 못한다. 설 연휴에도 매장을 열고 전단지를 돌렸다.
‘대기업 다니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순간 그런 생각이 지나갔지만, 곧 정신을 다잡았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 보면 분명 좋은 일이 올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변화를 막 결심했던 당시의 내게, 많은 무기가 없었다. 이후 매장 운영을 하면서 더 많고 다양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다. 즉 그 때의 좋은 예감이 맞았던 것이다.
에피소드 여섯. “선배님, 여기서 뭐하세요?”
퇴근 후 늦은 밤 매장 청소를 하고 있었던 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여기서 뭐하세요?”
고개를 들어보니 회사 후배였다. 순간 아찔했다. 친한 후배라 괜찮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뭐라고 설명했을까. 지금도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당시의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그런 기억이 난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 내 삶이 매장 운영 전과 그 후로 나뉠만큼. 지나고 나니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볼 만큼 해봤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만은 확실하다.
대학 졸업 후 내 삶을 각 챕터로 구분해본다면,
챕터 1 : 10년간의 커리어 생활
챕터 2 : 2020년 변화를 결심 후, 달려온 지난 날
챕터 3 : 퇴사 후, 자립을 위한 여정
챕터2가 얼추 마무리 되었고, 본격적인 챕터3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