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나는 그럭저럭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삶에 안착했다.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생존에 대한 고민이 마침표를 찍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오히려 요즘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보다 더 밀도 있게 나를 파고든다.
특히 AI가 가져올 혁신의 파급력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AI는 거대한 위기인 동시에 전례 없는 기회라는 점이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와 기획의 가치
5인 이하의 작은 기업을 운영하며 팀원들과 호흡하고, 회사 밖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제안서를 썼다. 그 과정에서 AI와도 무수히 협업했다. 얻은 결론은 하나다. 결국 '업의 본질'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 본질의 핵심은 단연 기획력이다. 이제 웬만한 기술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특정 기술 하나에만 의존해온 프리랜서나 전문 작업자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손에 쥐린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넓은 시야로 판을 짜고 사고할 줄 아는 기획자들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서른 살에 첫 집을 샀을 때, 나를 움직인 동력은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강한 FOMO였다. 우량 자산을 소유하는 것만이 나를 구원할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런 형태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자본의 유무보다 기획력의 유무가 생존을 결정짓는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의 신념은 이제 명확하다.
"기획력을 갖춘 개인과 조직만이 새로운 시대에서 생존하며, 더 나아가 무한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경량 문명 : 증강된 개인의 탄생
이러한 생각은 최근 송길영 작가가 제시한 '경량 문명'의 담론과 궤를 같이한다. AI 기술 혁신이 불러온 이 새로운 문명은, 증강된 개인이 거대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시대다. 이곳에선 무겁게 쥐고 있기보다 재빠르게 버리고 배우는 기민함이 생존 전략이 된다. AI시대에서 개인은 그보다 높은 차원의 전략과 창의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며, 개인은 프로세스의 부품이 아니라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자로 거듭나야 한다. 송길영 작가가 강조한 조직 축소 시대의 개인의 자세 역시 간결하다.
- 변화된 고용 환경을 직시할 것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할 것
- 그리고, 기민하게 일할 것
AI 시대를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그 물결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기회를 움켜쥐기 위해 전략을 수정할 뿐이다. 결국 본질은 다시, '어떻게 생각하는 방법, 즉 기획력' 을 갖출 것인가? 라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