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세탁하다
피곤하다.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말을 할까.
나이를 먹을수록 누가 주위에 있든 없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워버리고 싶은 말습관이다.
새벽에 습관처럼 눈을 뜨고부터 일터에서 또 잠자리에 들기까지.
사람은 입에 뱉은 말대로 돼 간다던가.
흰머리가 또 나왔네?
무거운 종이를 옮길 때 팔목 시큰 거려.
잠깐 앉고 싶다, 허리 아파..그리고,
피곤해...라는 '후렴구'이다.
같은 부서에 체력이 남다른 동료가 한 명 있다.
이른 아침 출근하고도 퇴근 후, 시민스포츠 센터에서 수영을 한다.
터무니없는 일들이 쌓여 한숨 먼저 나올 때,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 커피 한잔?" 하고 방긋 웃는다.
가끔 사내 식당 메뉴가 좋을 때 혹은 맛집을 발견하면 날 끌고 간다.
" 하아... 힘들어. 피곤해."
" 에이.. 나보다 겨우 세상 위잖아? " 하며 웃는다.
"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근데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와?"
" 그런가?"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동료가 말했다.
" 피곤하지. 그런데 자꾸 입버릇처럼 말하면 더 피곤해."
젊은 인턴들이 주말에 쫑파티 하는데 초대되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지만, 그녀는 참가해 인증샷 을 보냈다.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야근이 있었던 날도, 일이 버겁던 날도 이제는 한 가지 달라진 루틴이 있다.
자기 전에, 꼭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나의 '마음의 세탁 시간'이다.
그 시간이 없으면 나는 일을 하는 것도 글도 계속 써 갈 수도 없다...
'피곤해'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던 그 감정을 얽어맨 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싫어 좋아하는 것을 잠깐이라도 선물해 주고 잔다.
좋아하는 음악 한곡이라도.
국화향 나는 차 한잔이라도.
에너지 넘치는 체력이 아니지만 어찌 됐던 그렇게 하루가 지났음에 안심이다
'오늘 하루'라는 페이지를 마무리하고 다음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몸도 닦고 이도 닦고 자는데, 마음도 닦아주고 자야지.
'피곤해'를 대신해 자기 전 내 마음이 좋아하는 것. 그것을 계속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