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엘리아의 일기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착각

by Elia

오류가 발생했다.

백화점 식품부 매니저에게서 긴급 연락이 왔다.

" 00 기업에 보낸 주주총회용 오뜨블(전채 요리 hors-d'œuvre) 내용물이 주문과 틀리다고 비서에게서 방금 연락이 왔네. 뭐 하는 거야? 정신 어디다 두고! 그러니 아랫사람들이 다 그만두는 것 아닌가!"

부분장과의 전화 내용이 다른 이들의 귀에 까지 들렸다.

hors-d'œuvre(Hankyu department store 제공 )

평소 친절하고 설명을 잘해주는 매니저이다.

아랫사람에게 엄격하면서도 감사의 인사와 칭찬을 잊지 않는 음식에 대한 센스가 대단한 분이었다. 그분의 식문화에 대한 감각은 모두의 선망이었다.

그런 분이 역노하며 두 번 다시 네 파트 사람들이 그만두면 조치를 취하겠다 한다.

전화를 듣고 있는데 지금 까지 모두에게 한 그의 말과 행동이 프레쉬 라이트처럼 빠르게 지나쳐 다.

힘들면 회사 내 사원 노동조합에 전화를 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여러 번 있었다.

일본 기업은 그런가 보다 했던 잠꼬대가 악몽이 아닌 현실이었다.


일본어 학교 수업이 어려워질수록 취업으로 비자를 바꾸려 했던 의미 없는 인내가 바보 같이 느껴졌다.

부분장은 아무 변명도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해댔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면 그런 실수가 있었을까... 자신에 복종하는 사원 한 명이 유일한 오른팔이었고 나머지는 항상 장식용이니까.

일이 끝나고 스케줄을 확인했다.

실수만 하면 모질이 취급하는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더 배우겠는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간을 설정해 두고 나의 D-day를 설정했다.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아래에 사람을 두지 않았다
天は人の上に人を造らず、
人の下に人を造らず
(てんはひとのうえにひとをつくらず)


후쿠자와 유키지(福澤諭吉)의 저서「学問のすゝめ학문의 스즈메)」의 문두에 쓴 평등사상을 대표하는 말이 있다.

실제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신분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처럼 분명 이 사회에 격차는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불평등한 차이를 묵인하고 살아가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또 자신을 빛나게 연마하라는 뜻이다.



岩澤 慶典(이와사와 요시노리)의 유화 「猫をかぶる」

일터에서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그 부분장의 최하지만 그들의 손길을 배우기로 했다.

되도록 개인적 감정은 밖으로 내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고양이 탈을 쓰라(猫をかぶる)'는 표현을 일본인들은 말한다.
어차피 나는 일터에 일하러 온 것이지 친구를 사귀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러는 동안 생각보다 손이 일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일의 순서, 매뉴얼을 보고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 것이다. 모든 메뉴의 연관된 자료들, 식재료에 들어 있는 알레르겐과 음식의 조합의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를 무시하던 부분장과 그의 부하도 나에게 의견을 묻기도 신상품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부탁하기도 했다.

칭찬이 섞인 말도 들었다.

하지만 웃지 않기로 했다.

선배들이 자신들의 경력과 음식에 대한 노하우를 존경심 없이 무시한 그들의 행동에 나도 고양이 탈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칭찬에 만족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애교 섞인 살가운 부탁을 할 때 나는 미소로 답했다.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고 무리인 일은 거절했다.

모든 것을 예스로 답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
내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