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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06. 2024

학교 가자

#8. 이야기 여덟 , 친구들이 오다

일주일 동안 아파서 결석을 했다.

' 수두'에 걸려 결석을 하다니... 아빠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수두에 걸리냐며 웃었다.

엄마는 어릴 때 앓아야 커서 고생 안 한다며, 혹시 아빠면역력 떨어졌을지도 모르니 병원 가 보라고 했다. 아빠는 주사 싫다며 뭐라 하자, 엄마는 어른 겁을 먹으면 어떡하냐 웃었다.

어른도 주사는 무서운 거다.


동생 범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동안 나는 열과 발진이 오르기 시작했다.

밥도 간식도 맛이 없다. 계속 자고 자고 또 자고...

자다가 나는 죽는 건가?

사흘째 즈음되는 날부터 열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물집도 없어지면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 어머님이 정말 고생하시네요. 동생에 이어서 연이까지... 완전히 나을 때까지 집에서 병간호 잘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라며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아직 식은땀이나 춥게 느껴지 금요일 오후에, 같은 반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다.

모두 내가 감기인 줄 안다. 

마스크를 하고 나는 방에 있는 동안, 친구들은 엄마가 만들어준  핫케익을 거실에서 먹고, 엄마는 친구들의 방문이 신기한 듯 묻기 시작했다.

어디 사니, 형제는 있니, 학원 어디 다니니, 연이랑 잘 노니, 학교에서 뭐가 제일 재밌니....


'엄마, 얘네들 내 친구들인데?'


친구들은 엄마랑 수다 떨고 놀다 돌아갔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조금 있다 현관 벨이 울렸다.

" 어머.... 같은 반? 들어와, 연이 얼굴 보고가."

 엄마가 현관에 서서 누군가 말했다.

" 아니에요. 잘 있나 궁금해서요. 그리고 이 연이 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 누구야?"

다시 열이 나는 듯 노곤한 느낌이 몸을 감돌았다.

" 반장 형섭이래, 이거 주고 가네?"

엄마는 둘둘 말린 도화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도화지 안에는 그림과 글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연이 화이팅! - 김양숙 선생님

잘 나아서 학교 나와라 - 형섭

연아, 빨리 나아서 같이 그림 그리자 -은정

무슨 감기가 이렇게 기냐? 잘 나아라 -완식

빨리 나아야 '베르사유의 장미' 빌려준다!-완석

감기 조심하세요 -상휘

할 말 없다 -아무개

언제 학교 올 거야? -선희

나도 집에 있고 싶다 - 종태

종태 미친놈 - 명균


재밌는 만화랑 글들이 종이 위에 가득했다.

엄마는 옆에서 보더니, " 연이, 인기 스타구나." 하였다.

너무 예쁘고, 이걸 그렸을 모두의 얼굴들이 상상이 갔다.

월요일부터 학교 가도 된다고 병원 의사 선생님이 그랬지만, 힘이 없어 다리가 후들거려.

갈 수 있을까?


월요일 아침, 일주일 결석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 들기 시작했다.

방학을 45일간 해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무섭다는 느낌이었다.

학교 가기 싫어. 무서워.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두 분이 싸울까?


책상 앞에 앉아 책가방을 앞에 둔 채 숨을 가다듬었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이다.


" 연아, 기분이 무섭거나 힘들거나 할 때 자리에 앉아 숨을 가다듬어.

아무 생각 안 해도 돼.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감고, 연이 편한 대로.

그리고 숨을 코로 천천히, 천천히... 들이 마시렴.

내 몸 안에 공기가 빵빵하게 풍선처럼 차게 만들고....

그 공기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면

입을 조그만 '오'모양을 만들어 입으로만 그 공기를 내보내... 후우...... 그렇지.. 천천히.

여러 번, 이 호흡을 해서 연이가 두근거리는 기분이 가벼워질 때까지. 할 수 있겠지?"

무서운 기분이 사라 질 때까지...


눈을 뜨니 눈앞에 친구들이 보내준 도화지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 그래, 할 수 있어.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

엄마가 만들어준 죽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방망이 질을 시작했다. ' 어떡하지..'


" 학교 가기 싫단 말이야! 아앙!!!"

등교길 안내 표지 앞에서 1학년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울고 있 엄마로 보이는 분이 쪼그리고 앉아 아이를 달랬다.

" 엄마 회사 지각해, 오늘만 참고 학교가. 엄마가 퇴근할 때 맛있는 케익 사올께."

" 으앙!!!케익도 필요 없어. 엄마 같이 회사가."

아줌마는 거의 울 거 같은 얼굴이다.

그 아이를 보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그쪽으로 가서 아이에게 말했다.

"  안녕! 언니는 6학년 3반 이연이라고 해.

 혼자 학교 들어가기 싫었는데, 손잡고 교실까지 같이 갈까?

참! 오늘 학에서 크리스마스 카드 만든다고 그랬어. 며칠 있음 크리스마스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 안 준다? 언니랑 교실 같이 가서 카드 만들래?"

아이는 나를 쳐다보더니 "크리스마스?" 하였다.

아줌마는 " 맞다. 공주 인형 하우스 갖고 싶다 했잖아. 산타 할아버지가 알 수 있게 편지 써야겠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같은 학교임을 아는 듯 겨우는 것을 멈췄다.

가방에서 연락장에 부쳐있는 12월 학교 행사 종이를 보여주며, " 이봐, 오늘 날짜... '크리스마스 준비'라고 쓰여있지. 언니가 교실까지 같이 가줄께, 손!"

하고 한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꽁꽁 언 손이 내 손에 닿았다.

" 언니 손 따뜻해."


우리는 손을 잡고 학교로 향 걸어갔다.

아이는 생각난 듯, 뒤돌아 엄마에게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데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점점 커 가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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