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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08. 2024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1. 기초부터 다시

흙을 힘으로 제어하려 하면 쉽게 망가진다.

흙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형성되는 것을 방해해 완벽을 상상하면 욕심에 형태가 중심을 잃고 부서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면, 아름다운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11월 한 달간 직장에 휴가를 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내게 선물해 주고 싶었.

그 기간 동안 무얼 하면 좋을까...

표면을 깎거나 점토를 긁어내는 데 사용하는 평선 카키베라(Wooden spatula). 표면을 깎거나 매끄럽게 하는데 사용한다.

오랫동안 놓았던 흙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기초부터 다시.

지도해 주시는 분마다 흙을 다루는 방법, 형성하는 방법, 부족한 부분을 얼르는 방법 모두 다양하다.  


첫날 수업은, "흙을 죽이기(土を殺す)"부터 시작다.

흙 안에 있는 가스를 제거하여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을 의미한다.

만들고자 하는 그릇의 크기를 상상하며  흙덩이를 반죽하며 주무른다.

흙을 균일하게 만들고, 작업 때 흙과 내가 안정 상태를 만들어 내는 도예시작이다.

생명력을 죽이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흙을 만지는 시간에  좋아하는 음악의 멜로디, 예전 스토리,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10년 전, 이 과정을 처음 배울 때 다른 이들은 능숙하게 흙을 죽여가며 길들이는 것을 보았다.

흙을 반죽하는 이 머리로 이해가 지만 손과 마음이 따라지 못했다.

강사님이 나의 동작을 잠깐 멈추게 하였다.

" 흙에 공기를 서 반죽하면 나중에 가마에서 팽창해 버려 결국엔 터져 버려요.

자.. 이렇게 왼손으로 살짝 올리면 오른손이 방향을 바꾸고. 힘은 필요 없어요..."

떻게 그걸 아셨을까?

내가 흙을 반죽할 때 공기가 뽁뽁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셨다.

소리로 나의  마음 들켜린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완벽하려고 했던 긴장감이 나를  재촉하게 만든 것이다.

가끔 전시회장이나 다른 도예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결과 보다는 과정에 있는 것이고 살아가며 쌓아온 경험과 정서가 담겨 있음을 느낀다.

흙을 빚으며 만들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예술이고, 그 자체가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 생각든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흙을 죽이는 과정은 여전히 서투르다.

오랜만에 만져본 흙의 감각은 좋았지만 역시 연습부족이다.  

흙의 중심이 제 멋대로이다.

사실 내가 중심을 못 잡아낸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이 된 기분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

(Prejudice prevents me from loving others, Pride makes no one else love me.)"

자신의 자존심과 편견을 극복하고 다아시와의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

물레 앞에 다시 앉는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간장 종지 하나만 완성되더라도....

조급히 완벽하게 하려 말고 연습하.

훗 날 흙이 그릇이 되어 그 과정을 말해주니까.

다시 한번 흙과의 밀당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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