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멈추고 도예교실에 가다
한 달간 휴직계를 냈다.
직장인 호텔에서의 업무는 한정된 고객들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랜 시간 일했던 선배들은 퇴사해 버렸고, 신입들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해 떠났다.
긴 휴가 한 번 쓰지 못한 채,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춘 듯했고, 어느새 호텔은 창립 100주년을 맞게 되었다.
역사만큼 노쇄한 호텔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나에게 선택지가 생겼다.
휴직계를 내고 잠시 숨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임시 근무를 이어갈 것인가.
부장님과 면담 후, 공사 기간 동안 일반 게스트 라운지에서 임시근무를 하게 되었다.
또 다른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몸도 마음도 힘들게 했다.
쉬자.
리뉴얼 오픈 때까지 쉬기로 했다.
지친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시간이 생기고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던 것이 '도예'였다.
집에서 가까운 공방을 웹을 통해 홈페이지로 찾아 도예 교실로 향했다.
오랫동안 놓았던 흙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첫날 수업은, 점토의 반죽부터다.
흙 안에 있는 가스(공기)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흙을 균일하게 만들어 내는 첫 단계이다.
생명력을 죽이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10년 전, Canada에서 도예를 처음 배울 때였다. 다른 이들은 시작부터 능숙하게 흙을 반죽하였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강사님이 나의 동작을 잠깐 멈추게 하였다.
"흙에 공기를 주면서 반죽하면 나중에 가마에서 작품이 팽창해 터져 버려요. 왼손으로 흙덩이를 살짝 올리면 오른손이 방향을 바꾸고 내려주고. 흙을 올려주고, 내려주고, 돌려주고...
이 손놀림이 반복 되게, 리듬을 타듯이."
나만 흙 안에 기포를 만들어 가며 터뜨리고 있었다. 반죽에서 나는 뽁뽁 버블 터뜨리는 소리...
흙이 내는 소리로 급한 마음이 들켜버렸다.
10년 지나 흙을 길들이는 과정은 여전히 어색했다.
전동물레 위의 점토도 제 멋대로이다.
어떻게 두 시간이 지나갔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끝에 남은 흙냄새는 따뜻하다.
한 달의 쉼이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흙과 대화하면서 천천히 가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