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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11. 2024

학교 가자

# 10. 이야기 열, 마지막 겨울

아이들이 복도에 뛰어 다닌다.

잠깐 배운 왈츠 동작을 흉내 내며 깔깔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 완석아, 카드!"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가 완석이에게 전달다.

완석이는 한 손으로 받기에 버거웠던지 손에 든 봉투를 내게 건넸다.

" 서로의 주인을 찾아갔네."

내가 준 카드를 두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 그런데, 이거 뭐야? 크다... 카드는 아닌 거 같."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 무게가 내 두 팔에 들어오는 크기의 포장이었다. 자세히 보니 자잘한 꽃모양 포장지에 정성 들인 선물이었다.

완석이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종례 시간이네. 빨리 말할게. 졸업식 같이 못해. 그래서 이거 연이 너한테 꼭 전해 주고 싶어서.

종례 끝나 엄마교무실 들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데. 오늘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줘야 할 것 같아. 연아, 건강히 잘 있어."

약간 울먹이는 음성으로 완석이가 말했다.


내 귀에 들렸던 말은....

'이사'와 '잘 있어'라는 두 단어.

" 뭐? 왜? 어디로? "

완석이 얼굴을 보았다.


" 야! 선생님 오신다. 종례시간이야!"

하고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는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완석이와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하는데 담임선생님과 그 뒤에 어떤 여자분이 계셨다. 완석이는 서둘러 교실로 사라지고 난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우리 엄마 보다 키가 커 보이고 마른 체형의 아줌마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선생님이 나를 보시더니  " 연아, 종례 시간!"

나는 빨리 교실 뒷문으로 들어갔다.


" 오늘 6학년 파티 즐거웠어?"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으셨다.

"  선생님, 파티 또 해요!"

"  다음에는 게임도 해요!"

"  김평배 선생님이랑 잘 어울려요!"

선생님은 얼굴이 빨개지시며 계속 듣고 계시다가 반장이 " 조용히!" 하는 소리에 말을 이어 가셨다.

" 오늘로 6학년 수업은 모두 마무리했어요.

방학 동안 집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책도 많이 읽고, 기회가 닿으면 어른들과 여러 곳 다녀보고, 중학교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지?

졸업식 때까지 다시 건강한 얼굴로 만나기 바라고.

한 가지 전달할 소식이 있어.

우리 반 조완석이는 같이 졸업식을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오늘자로 전학 가게 되었다.

5, 6 학년 같은 급우로 함께 보냈으니 너희들이 따뜻한 인사말 해주길 바란다

완석이! 나와서 친구들에게 인사해야지."


"어른들이 결정한 일이니 아이들은 따라야지. "

아빠가 항상 방학 때 가족여행 갈 때 하는 말.

난....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여행지는 차 타고 몇 시간씩 가서 울퉁불퉁 지면을 걷다가 텐트 치고, 밤에는 화장실 가는 게 싫었던 곳. TV도 없고, 가게는 한참 걸어가야 해.

하지만.... 밤하늘 별은 계속 바라만 봐도 질리지 않았고, 코끝으로 느끼는 공기는 나무, 바람, 계곡 냄새에 편안한 숨을 쉬게 만드는 곳이었다.

완석이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젠 못 보는 거네.

어차피 난 여중으로, 남자애들은 남중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친구를 볼 수 없게 되는 게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참을 수 없었다. 

1학년 때 힘없이 뽑혀버린 버드나무를 볼 때처럼 목이 메이기 시작하더니....

눈물이 손등 위로 떨어진다.

교탁 앞에 선 완석이 얼굴을 못 보겠다.

보면 엉엉 소리 내서 울 것 같아서 책상만 보고 있었다.

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완석이가 말했다.

" 4학년 여름 방학 때 이사 와서 5, 6학년 때 같이 공부하고 놀아 정말 좋았어... 좋았습니다.

선생님들도 좋았고. 모두 건강하고.

그곳 중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부반장 은옥이가 " 어디로 이사가? 외국가?" 하였다.

" 외국은 아니고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종례가 끝나고 모두 사물함을 비워 짐을 갖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평소 내게 말도 잘 안 는 은옥이가 오늘도 신발장 앞에서  말을 걸었다.

" 연아, 같이 가자!"

같은 아파트 방향이 나는 그러자고 했다.

은옥이는 나보다 덩치가 크고 말투가 어른 같았다.

" 난, 엄마같이 안 살아. 언니들이 네명 있어. 아빠는 일 때문에 항상 늦게 들어오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도 뭐라 안 해. 그래서 말인데 오늘 너네 집에 놀러 가도 돼?"

갑자기?

오늘 학원도 없고 학습지는 밀린 게 없으니 괜찮겠지...

짐이 많았지만 완석이가 준 선물은 꼭 끌어안고 걸었다.

은옥이가, " 그거 뭐야?" 하였다.

" 아... 완석이가 준거. 안에 뭔지 몰라."

은옥이는 놀란 얼굴을 하며,

" 전에, 완석이 한테 카드 나한테도 줄 거냐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그러더라.

그럼 누구 줄꺼냐고 물었다니, 우리 반에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느낌으로 네가 아닌가 생각했어.

왜냐하면 전에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 이름 적기에 완석이가 네 이름 적은걸 봤거든. 

좋겠다. 나도 그런 선물 받아 보고 싶네."

라며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 언젠가는 받을꺼야." 라고 대충 말해버렸다.

그 말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몰랐다.


우리 집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엄마 은옥이가 말하는 동안,  내 방에서 빨리 완석이 선물을 열어 보았다.

꽃무늬 포장 안에 비닐 포장된 '헬로키티인형'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갖고 싶었던 인형...

그리고 포장된 인형 다리 아래 편지가 있었다.

은옥이가 들어오는 듯 해 인형은. 빼고 편지 책상 서랍에 넣었다.

은옥이는 인형을 보더니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기처럼 꼬옥 끌어 안더니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놓지 않았다. 저녁시간이 되 은옥이가 자기 집에 전화를 하고 일어서기 까지 완석이가 내게 준

키티 인형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지면 곧 자기 차례라는 식으로 가져갔다. 시간이 되어 잘 가라고 현관문 앞에서 바래다 주는데,

" 이 인형 주면 안 돼?"라고 했다.

순간, 나는 " 안돼!" 보다, "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은옥아, 그거 나 오늘 선물 받은 거야. "

" 그럼 이거 나한테 선물해 줘." 하는 거다.

나는 은옥이가 인형 보다 완석이의 마음이 갖고 싶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마음이라 너에게 못줘."

하고 은옥이 품에 있는 인형을 빼앗듯이 잡았다.

유치원 아이들도 아니고....

범이랑 간식 때문에 싸우는 것도 아닌데....

은옥이는 웃는 듯한 얼굴로 힘을 다해 인형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키티 인형 리본 봉제선이 떨어져 나갔다.

" !"

화가 폭발해 버렸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한거 아니야?

"그만 돌아 가 줄래!" 하고 소리치고 문을 닫아 버렸다.

조금 떨어진 리본이지만 마음이 찢어지는 것 처럼 아팠다.

처음부터 저 애에게 만져 보게 하지 않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현관이 소란스럽자 엄마가 안방에서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 응. 은옥이 갔어." 했다.

엄마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 어! 친구 집에 돌아갔어?" 하였다.

나는 " 걔 내 친구 아냐!" 하고 소리 질렀다.

엄마가 깜짝 놀라며, " 싸웠어? " 하였다.

씩씩 거리는 나를 진정시키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게 한 전부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엄마는 키티 인형을 보시더니,

" 연아, 선물 받은 건 소중하게 해야 한다고 엄만 생각해. 음... 연이는 하나님이 엄마한테 준 선물이기 때문에 엄마 연이 함부로 때리거나 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다 바느질 잘하니까 리본 예쁘게 부쳐주렴.

그리고 친구는 중학교 올라가면 여러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을 만날 거야. 만약에 연이가 힘든 일 생기면 엄마한테 말해줄래?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시무룩한 나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 응... 엄마. 조심할께요."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수예도구 상자를 꺼냈다.

생각 보다 리본이 약했었던 건 같아 같은 빨간색 실로 티 안 나게 열심히 고쳐주었다.

" 미안해. 키티야.... 완석이가 준 건데..."

인형을 고치고 서랍에 넣어둔 편지를 열어 보았다.

연이에게
연아, 메리크리스마스.
네가 이 편지 받을 즈음 아마 난 새 곳으로 이사 갔을 거야.
누나가 고등학교 입학하고 아빠가 근무지역 경찰 서장으로 임명돼서 이사를 해야한대.
그동안 같이 학교 가고 친하게 돼서 기뻤다.
고마워.
중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자.
아래는 새로 이사 간 집 주소야.
주소: 서울 서초구 동광로 000 000 아파트 00동 000호
( 인형 이쁘지? 누나랑 골랐어)

완석이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었고 학교도 같이 걸어가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은 쓸쓸하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긴 시간으로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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