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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13. 2024

학교 가자

#11. 이야기 열하나,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졸업식 날이 되었다.

아빠, 엄마, 동생 범이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느라 아침부터 모두 정신없다.


" 초등학교 졸업식이 이리 정신 없으면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냐? 연이 학사모 쓸 때는 아빠 울겠다."

진한 감색 정장에 갈색도 빨간색도 아닌 단풍잎 같은 느낌의 넥타이를  매면서 아빠가 말했다.


" 연이가 하고 싶는 공부 해. 이 녀석아.....

네가 어떻게 한 졸업이니. 무서워서 학교 안 간다고 맨날 울던 게, 하하핫."

엄마는 머리를 여왕님처럼  거울 앞에서 화장며 말했다.

6년 동안 매일 30분이나 걸어던 학교는 이제 안 가도 된다.

3월부터는 버스 타고 여자중학교로 등교한다.


마지막 학교 가는 날, 오늘은 가족 넷이 나란히 등교를 했다.

아빠나의 손을, 나는 범이 손을, 범이는 엄마손을 잡고서. 이렇게 넷이 매일 학교에 갔더라면 난 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매일 학교 가는 길이 소풍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1학년 1학기, 학교 입학한 지 며칠도 안 돼 나는 학교를 못 갔다.

하루는 너무 울어 학교에서 탈진이 돼버려 어지러워서 양호실에 종일 누워 있었 날도 있었다.

아빠한테 혼나고 가족 모두가 나를 걱정하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어느날 아침부터 코피가 멈추지 않았다.

솜을 틀어 막 휴지 막아도 피가 그걸 뚫고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학교도 가기 싫었지만 멈추지 않는 피를 보자 무서웠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어른들은 또 학교 가기 싫어 그러냐고 했다.

아빠는 내가 어떤 병원, 무슨 과에 가야 할지, 엄마는 전문의가 있는지 여기저기 물어보았던 것 같다. 춥지도 않은 봄이었는데 집안이 온통 검푸른 색으로 보였고 춥게 느껴졌다.  

쿨럭 거리 피가 목으로 넘어가 구역질이 날 것 같아 누울 수가 없었다. 아서 코피를 받아내고 있던 엄마가  코를 지혈하면서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방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내 코피를 걸레로 닦으시며,

 " 어멈아... 연이, 코피 먼저 멈춰야 한다. "

라고 하셨다.

아빠, 엄마는 그제야 나를 보고 말했다.

" 그러네요.  이비인후과 먼저 데려가야겠어요."

하였다.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칠 때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아빠가 항상 내게 그랬다.

코피는 터 혈관을 수술 멈추게 됐고, 선생님이 소개해 준 소아과 선생님으로부터 자기가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응원의 처방을 받았다.

'불안한 마음'이라는 것을 의사 선생님 한테서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왜 그런가를 알게 되어 좋았다. 내가 이상한 애가 아니라고 느껴져 안심 되었다.

그 후, 어찌 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 기억 잘 안 난다.

불안한 마음이 어떻게 사라져 버렸는지...


강당에서 졸업식이 끝나고 6학년 교실로 돌아갔다.

아빠, 엄마, 범이가 교실 뒤에 서 있다.

엄마는 어제 튤립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수건을 꼭 쥐고 있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우등상과 졸업장을 내게 주시  아빠가 옆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좀... 부끄러웠다.

마지막으로 담임 선생님이 중학교 가서도 모두 몸 건강히 학교 생활 잘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리고 지금 너희들 뒤에서 서서 보고 계시는 부모님,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 감사의 인사를 잊지 말라고 하셨다.

끝으로 선생님과 연습했던 노래를 시작했다.

"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노래가 시작하자 뒤에 서 계신 어른들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뒤에 서서 울고 있는 부모님, 가족들과 앞에 강단에서 울고 계시는 선생님 사이에 서 노래를 이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노랫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누군가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하고 크게 목청을 높이며 노래를 이어갔다.

몇몇  아이들이 자리에서 훌쩍거렸다.

".....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노래가 겨우 끝났다.

곡이 끝나자 누가 말도 안했는데 어른들과 아이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시고 계속 우셨다.

귀까지 빨개지도록 우셨다. 

모두가 박수를 쳤고 반장 형섭이가 일어섰다.

" 차렷, 모두 선생님과 부모님께 인사!"

" 감사합니다!"

" 졸업이닷!"

교실 뒤를 보니 엄마 눈이 퉁퉁 부었다.

학교에서 받은 노트가 든 졸업 기념품을 들고 엄마 쪽으로 갔다. 엄마가 손수건으로 엄마 입을 가린 채 " 축하해." 하시며 튤립 꽃다발을 내게 주셨다.

나는 엄마가 우는 걸 보고 그제야 울음이 터졌다.

" 누나 언제 끝나... 엄마, 엄마! 짜장면 언제 먹어? 배고파."

하는 바람에 눈물이 멈췄다.

맞다. 오늘 중화요집에 간다고 아빠가 그랬지.

우니까 배가 고프다.


이제 우는 아이는 없다.

복도 바닥에 누워 울어 제끼며 엄마 보고 싶다고 울던 연이는 더이상 없다.

아마도 나 같은 아이가 어디에선가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새가 껍질을 깨고 나올 때 자기를 보호해 주었던 껍질을 연약한 부리로 깨지 않으면 그 안에서 죽어 버리고 만다.

껍질을 깨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같다.

타고난 본능 아니면 기질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이 참고 기다려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들이 있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일어설 수 있다고 나는  알게 되었다. 

아직은 작고 연약한 날개이지만 연습하면 된다.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서툴러도 부딪혀 아파도 언젠가는 힘들게 퍼덕거리지 않아도 바람을 타고 멋지게 날 수 있을 정도로 날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 더 많은 걸 배우겠지.


무서웠던 교실 복도가 그리워질 것 같다.

벌써부터 보고 싶다.....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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