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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24. 2024

학교 가자

#16. 이야기 열여섯, 여자답게? 여성스럽게!

얇은 천이 여러 겹 겹친 듯 하늘하늘 연분홍과 노란색의 쉬폰 스커트에서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나비 날개 너울거림 아 보였다.

한국인인데 어딘가 외국인처럼 보이는 모의  담임선생님과 잘 어울렸다.

가정과 선생님이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되었다. 

길 가다 우연히 쳐 지나도 '연예인인가?' 하고 뒤돌아 볼 정도의 미인이다.


" 선생님, 그 스커트 만드신 거예요?"

하니가 선생님께 질문했다.

" 어머, 어떻게 알았니?"

" 그래 보여요. "

" 녀석, 눈썰미가 좋구나."

선생님 양쪽 뺨이 천도복숭아처럼 발그스레지셨다.

" 맞아, 내가 만들었. 대학원 과제야."

선생님은 학교 수업 후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계셨다.


하니는 글씨체가 교과서 활자체 같가끔 선생님 대신해 수업 중  칠판 필사를 담당했다. 가끔 다른 과목 담당 선생님까지 하니에게 칠판 필사를 시켰다.

멀리서 보면 교과서가 통째로 칠판에 옮겨진 것 같았다. 어떤 선생님은 이 부분은 이 색으로 써달라고 주문까지 했다. 수업 중에 하니가 써준 칠판 글씨는 정말 노트 정리를 하기가 쉬었다. 하루 중 두 과목 정도는 하니의 대필이었다.


겉보기에도 마른 체형이였던 하니가 며칠째 결석을 했다. 이틀간 결석을 해  금요일 방과 후, 하니 집에 과제물 건네주러 갔다.

" 그래. 어서 와라. 하니가 독감장염까지 겹쳐서 많이 힘들어."

현관에서 하니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과제 만 주고 갈께요." 했다.

 하니가 방에서  들어오개미처럼 작은 목소리 했다.

 " 연아, 하니가 지금 깬 거 같다. 가 봐라." 하신다.

방에 들어가니 하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수액 주사를  놓고 있었다.

열이 높은 게 얼굴에서 보였다.

" 많이 아파?"

하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침대 옆에 바닥에 앉아 숙제를 적은 메모와 프린트를 대충 설명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 고마워.... 학교에서 재밌는 일 있었어?"라고 힘겹게 말했다.

" 응... 참! 어제 아침에 추웠잖아.

엄마가 겨울옷 전부 다 세탁소에 맡겨 버려서 머플러 칭칭 감고 아침에 학교 가는데, 길에서 앞에 가던 애들이 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야.

난 처음에 고양이나 비둘기가 도로변에 죽은 줄 알았어.

 아저씨인지 젊은 남자인지가... 암튼, 코트를 화악! 하고 벗어? 그런데  아무것도 안에 안 입은 거. 팬티도 아무것도. 쭈그리고 앉더니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야. 애들 소리 지르고 난리 치니까 편의점에서 아줌마가 빗자루 들고 와 ' 이 미친놈이!' 하면서 그 남자 막 때리고, 선도부 선생님랑 경비 아저씨가 끌고 가버렸어.  

앞에 가던 애가, '드디어 울 학교에도 떴군.' 하더라."

하니는 큭큭큭 웃으면서, " 바바리맨."

담임선생님이 필사할 사람 없어 팔 아파 끙끙 거리며 칠판에 쓰던 얘기, 1교시 끝나고 교실에서 라면 먹던 은수가 국물 안 버리고 놔뒀다가 2교시 역사 선생님한테 걸 이게 뭐냐니까 나중에 밥 말아 먹으려고 남겼다고 해 났던 얘기... 계속 학교상황을 재방송하듯 말해주었다.

히히히거리고 하니가 좋아했다.

한참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하니가 자고 있었다.

나는 소리 안 나게 방을 나와 문을 조용히 닫았다.

' 빨리 나아서 학교와.'

마음 속으로 인사하면서...


월요일 아침 학교를 갔다.

아침부터 검사가 시작다.

속옷 잘 챙겨 입었는지, 화장 안 했는지, 소지품 검사까지.

항상 그 시간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은 여자분이셨다. 대충 넘어가시는 우리 담임이 들어오기를 기도했건만, 학교에서 제일 꼼꼼하고 손이 매운 도덕과목 선생님과 3학년 선도부 언니들우루루 교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도덕 선생님 한쪽 눈이 선명한 보라색으로 멍들어 있다. 아이들이 수군수군 거렸다.

선도부 부장 " 조용히 해! 속옷 잘 안 입은 사람 자진 신고해!" 했다. 두 명이 손을 들자 이름을 적어갔다. 이런 자잘한  검사 결과가 생활태도 점수가산다.

손을 안 든 아이도 있을 것이다.

도덕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귀신처럼 알아보셨다. 아이 앞에 가셔서 등을 쓰윽 만지시더니,

 " 너 가슴이 큰데 브래지어 안 했니? 엄마한테 사달라고 말 했니? 했니?"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고 물으신다.

그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  눈을 피했다.

선생님의 심하게 멍든 눈을 마주 보기가 힘든 건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겨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아침에 깜빡 잊었어요. 내일 꼭 하고 올게요."  라고 말했다.

" 너희들이 왜 지금 속옷을 잘 갖춰 입어야 하는지 아니? 남에게 이뻐 보이기 위함이 아니야.

지금 자라고 있는 너희 몸을 보호하고 성인이 되서도 모양이 아름다워지기 위함이지. 여자다운 옷매무새를 위함이 아니라 여성다운 아름다움을 위해 준비하는 거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이중에 브래지어 준비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교무실에서 나 아니면 상담선생님한테 와라. 알았?" 

사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자 아이들이 수근거렸다.

누군가가 선생님의 눈에 멍든 게 처음이 아니였다고 뒤에서 그런다. 전에는 팔뚝에 멍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중이신 선생님이 어떻게 저렇게 되셨을까... 말을 안 해 줘도 아이들은 짐작을 했다.

선생님이 너무 불쌍하다는 아이도 있었고,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도덕 선생님은 출산휴가 까지 학교를 계속 나오셨다. 배가 점점 커지고 선생님이 힘들게 숨 쉬며 수업을 하시던 마지막 수업 날, 우리들은 교탁 위에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아기 신발을 카드와 함께.

'선생님, 건강하고 예쁜 아기 출산하세요.'

선생님은 너무 좋아하시면서,

" 너무 고맙다. 선생님 꼭 건강히 아기 낳고 돌아올께. 너희들 같이 예쁜 아기 낳고 올.

어른 겉모습만 흉내 내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여성이 되어라. 너희들 충분히 예뻐. 화장 진하게 안 해도 세수만 해도 그 자체로 예쁘다. 자신감 가지고."


몇 주 후, 도덕선생님은 예쁜 딸을 낳으셨다고 반장이 말했다. 마음으로는 선생님이랑 아이가 행복하기를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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