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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Nov 27. 2024

학교 가자

#17. 이야기 열일곱, 뭐가 중요한 건데 ①

중학교 3학년이 중요하다고 어른들이 그랬다.

고등학교 진로 곧 너의 미래에 첫 단추다라고....


1교시, 영어 시간.

영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작은 키에 선명한 이목구비, 목소리는 크고 영어 발음도좋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반해 버렸다.

멋있다....

저런 멋진 여자 어른이 되면 좋겠다.

" 나는 영어를 담당한 '방중화'야.

부모님 한 분이 중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공부도 거의 한국에서 했. 영어와 중국어는 어순이 같아. 그래서 어쩌면 내가 영어를 빨리 습득한 거라 생각해. 한국어가 모국어라 영어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길 바. 선생님 집에서 부모님들과는  중국어로 대화해. 내게 한국어가 외국어나 마찬가지잖니?

여기 지금 너희들과 함께 일 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이 선생님은 기쁘다.

지금 너희들이 암기해야 하는 단어들이 80% 이상 성인이 되어도 기억에 남는데.

그래서, 수업 시간 전에는 매일 10분 단어 테스트를 할 야. 열심히들 단어 정리해라.

결국 내가 얼마나 많은 vocabulary를 알고 있나 가 영어 공부의 씨앗이 돼. 크면 그게 엄청난 나무숲이 되니까. 알았지?"

또 한 번 반해 버렸다.

결심했다!

그래, 영어 교과서를 통째로 외워 버리자.


2교시, 국어 시간.

국어 선생님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차분한 글을 쓰는 작가 같은 분이 들어오셨다.

" 나는 이미영 국어 선생님이야. 선생님이 되기 전에 한국 문예진흥원에서 문학 작품을 정리하고 수집하다   아버지도 직장 선배셨는데 사정이 있어 교사가 되길 바라셔서 이번에 임용고사를 치르고 이 학교에 오게 됐단다.  3학년 국어에서 고전문학도 소개 되는데 그 부분은 고등학교 수업과 연결되니 잘 따라오길 바란다. 너희가 말하고 쓰고 듣는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배우는 일 년이 되길 바란다."

선생님은 수업  도중  애들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우스운 에피소드나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해 주시기도 하셨다.


3교시, 수학은.... 담임 선생님이셨다.

산수가 정말 정말 싫었는데 담임이 수학 선생님이라니.. 머리가 주황색에 가까운 갈색이였고, 반짝이는 금테 안경의 얼굴이 너무나도 하얀 여자분 이셨다.

" 얘들아, 내가 담임인 이상 수학 성적 떨어뜨리면 안 다? 선생님 딸이 아직 3개월 애기인데 이담에 엄마 제자들은 어땠어요? 하고 물어봤을 때 응. 산수는 못해도 수학은 잘했어라고 말하고 싶어.

수학은 생각을 필요로 해. 인내심(?)도 필요하고.

산수는 계산위주 잖니. 생각을 정리할 줄 알고 계획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긴장감 도는 중학 3년생. 각 과목 담담 선생님들은 학업과 스트레스를 조율해 주시면서 우리를 인도해 주셨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일반 고등학교에는 아주아주 평균 이하면 주거 지역 이외에 멀리 떨어진 학교에 떨어진다 는 루머가 돌아 애들은 쫄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아이 몇 명은 학급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때가 많았다.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이 교실 안에 안 들어 오셨 지만 가끔 졸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주의하셨다.

두 시간 되는 자습 시간이 지나자 옆자리 정선이가,

" 배고프다."라고 속삭였다.

"나도... 떡볶이랑 순대, 어묵 국물에 먹고 싶다. 끝나고 갈래?" 하고 내가 말하자 깜짝 놀란 듯 주저하며 " 그... 럴까?" 하였다.

갑작스러운 내 에 놀랐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옆에 짝이자 방과 후 군것질 파트너가 되었다.

가끔 내가 우스개 소리를 정선이에게 이야기하면 정선이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깔깔거렸다.

입시라면 입시라고 생각하는 시험공부에 대한 부담이 이런 방법으로로 뚫리는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정선이는 개그 코드가 잘 맞는 아이였다.

항상 조용하고 너무나도 여리고 곱게 자란 아이로 보여 다른 아이들이 말을 걸지 않다.

여느 때처럼, 둘이 나란히 앉아 자습 시간에 공부 반, 장난 반 하고 있는데,

" 너희들 참 잘 맞는다. 나도 끼워줄래?" 하고 뒷자리 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수학 성적전교 상위권인 희정이였다.  정선이는 나를 보더니 약간 일그러진 인상으로 내 발을 툭툭 쳤다.

(' 왜....? 아니야? 안된다고 하라고?')

(' 몰라, 연이 네가 알아서 해.')

(' 왜에...?')

(' 그냥...')

우리들은 쏙닥 거렸다.

희정이는 우리가 계속 뜸을 들이자,

" 불편하면 말고.."

" 괜... 괜찮아.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갈래?" 라고 엉겁결에  말해버렸다.


나중에 나중에... 난.... 그 말을 한걸 많이 후회했다.

정선이는 어떤 생각으로 날 말렸을까.

그렇게 셋이 차츰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어느 날, 정선이가 자율학습 시간에 안 들어왔다. 희정이도. 담임 선생님은 내게 얘네들 어디 갔냐 물으셨다.

" 저도 잘 모르 겠...."

그때 뒷문으로 희정이와 선이가 나란히 들어왔다.

희정이는 선생님께 정선이 생리대 사러 갔다가 교내 학생 매점이 문이 닫혀 밖에서 사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희정이가 한번도 교칙에 어긋난 행동을 한적 없기 때문인지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주의만 하셨다.

그런데 정선이내 눈을 피했다.

정선이가 오늘 입고 와 아침에 예쁘다고 했던 연한 핑크색 카디건 포켓 쪽에  갈색 얼룩이 눈에 띄었다. 달콤한 호떡 냄새 함께.

희정이는 나를 모른 척하고 정선이와 히히거리며 앉아서 뭐라 했다.

그 후로 정선이는 차츰 희정이와 자주 행동 했다.

그들만의 비밀이 이제는 나를 제외한 그들만의 자연스런 루틴이 되어가 버렸다.

처음엔 왜 저럴까, 나를 왜 빼놓지 했는데 서운한 감정은 그 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꼭 큰 시험을 겪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험을 허락하지 않으신다고 성경에서 약속하십니다. 고린도전서 10장 13절에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능력을 초과하는 시련을 주지 않으시며, 우리가 시험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것이 '유혹(temptation)'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은 악으로 시험하지 않으시며, 유혹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유혹은 사탄이 인간을 넘어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죄악에 빠지도록 유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시험은 우리의 믿음을 강화하고 성숙시키기 위한   '테스트(test)'와 '시련(trial)'입니다.


며칠째 정선이와 희정이 문제로 기분이 상한 상태가 이어져 갔다.

중고등부 주일 예배가 가기 싫어 주일 1부 예배를 엄마와 갔다.

"목사님 주일 설교 잘 들었지?"

내게 주시는 시험은 '테스트'라고 엄마가 그러셨다.

친구들이 지금은 너를 따돌리지만 언젠가 이 테스트가 진정한 친구를 사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그리고 나중에 남는 건 진짜 친구라고.


5월에 휴일이 많아 모두 들뜨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에  국가 국비장학생 모집광고를 말씀하셨다. 나라가 운영하는 남녀 공학 고등학교라고. 지원자가 있으면 자료 줄 테니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순간, 아빠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픈 모험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하자. 모험. 나를 향한 모험.

성장하고  노력하는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반발심 같은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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