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흙처럼 다른 본성
한 달간 적색의 흙으로만 물레 작업을 했다.
초보자들은 대걔 다루기 쉬운 블랜딩 흙으로 시작한다.
적토(赤土), 백토(白土), 블랜딩 흙, 흑토(黒土)가 유약 후 본가마에서 나온 샘플들을 보았다.
같은 색 유약이라도 흙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도자기 흙의 색상 변화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철분 함량이 높은 흙은 붉은색을 띠며, 무기물의 종류에 따라 검은색으로 변할 수 있다 한다.
소성 온도와 가마의 산소 공급량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색상이 밝고 선명하게 나오고, 산소가 부족하면 불완전 연소로 인해 어두운 색조가 나온다.
처음 도예를 접한 것은 십 년전이다.
겨울이 긴 캐나다에서 였다.
대학원 실험실 직원으로 일하는 또래를 겹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밖은 영하 30도 인데 실험실은 온통 푸르른 식물들로 가득했다. 신기했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친구가 나를 초대하였다.
" Edmonton 살 때 단기로 도예를 배웠어. 검색해 보니 여기 Saskatoon에도 비전문 도예연합(Potter Guild)이 생겼데. 같이 한번 가볼래?"
초등학생 때 찰흙하고 지점토만 만져봤던 "도예응애"가 '전동물레' 앞에 앉게 되었다.
흙을 만지면 복잡한 감정이 회전하는 물레 위의 흙과 함께 뭉개져 묻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
복잡한 작업은 그 친구가 거의 대신해 주었다.
유약 작업과 가마소성,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까지...
도예 클래스가 끝나면 같이 카페에 가거나 잡화점 구경을 하는 것이 Canada 깡촌의 여유였다.
유약 작업을 마치고 치즈케이크가 유명한 카페를 갔다.
" 오늘 내가 쏜다!"
" 이거 뇌물임?"
도예를 소개 시켜줘서, 그리고 마무리 작업을 대신해 줘 고맙다 전했다
친구는 자기가 돈 벌어 스튜디오를 만들면 와서 처음부터 잘 배우라며 웃었다.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순간이 있음에 도예가 즐거웠다.
추웠던 대지가 봄기운에 녹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이 주로 가는 재료 서플라이센터를 친구와 갔다.
수업 중 사용하는 블랜딩 점토가 아닌 다른 흙을 구입해 만들고 싶다는 친구가 달라 보였다.
응원하는 차원에서 나는 기꺼이 흙을 옮기는 역할을 지원했다.
지금껏 본적 없는미술 도구가 수없이 진열 되어있었고, 창작 의욕이 불타오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 아키코(亜希子), 이 흙은 왜 색이 빨게?"
"그건 흙 안에 철분이 많아서. 토양 성분이 달라.
사람들도 다 같은, 비슷한 옷을 입어도 느낌 다르듯이 말이야....."
어떤 흙이든 자연으로 돌아가면 모두 같은 먼지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흙이였나 보다 결과물에 온통 관심을 가진다.
그것이 상대의 가치 평가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이번에는 백토(白土)를 선택해 보있다.
완성된 백토(白土) 작품이 가장 담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다.
그러기에 탐스러운 달항아리의 본성이 백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