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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약 이용하기

상처를 어뤄만줘 주는 법

by Elia

지난 시간에 이어, 작품의 유약작업이다.

유약을 바르기 전에 해야 할 준비 과정이 있다.

초벌 상태 확인이다.

도자기 표면을 사포로 연마하거나 매끄럽게 하여 유약이 잘 붙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벌구이에서 나온 작품들 중 한 개의 밑둥에 금이 깊게 파여 있었다.

사포로 연신 갈아도 갈아도 금이 남아있었다.

강사님 말로는 흠은 보이겠지만 밑부분이고 금이 난 정도가 누수가 될 염려는 없어 보인다 했다.


이런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단다.

첫번째, 유약으로 금이 간 부분을 덮는 것이다. 붓으로 유약을 두껍게 스며들도록 덧칠하는 것이다.

두번째, 유약을 바른 후 가마에 구워낸 것을 또 한 번 유약을 바르고 재차 가마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뭐가 뭔지 헷갈려 간단한 덧칠하기를 택했다.


먼저 모든 작품의 표면을 사포로 정리해 준 후,

코팅제를 발랐다.

유약이 균일하게 입히도록 유약이 든 케이스를 저어준다. 농도가 고르게 저은 후, 담갔다가 꺼내는 침지법으로 균일한 두께로 유약을 입혔다.


세심한 계산하에 시도했던 것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도 있고 생각했던 거보다 그 이상의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과가 예상밖의 반전 생기는 경우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변수가 적용되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다.

운(運)이라고 하는 위안으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결함이나 성공의 원인이 될 요소가 반드시 있는 듯하다.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토흔의 창시자 '지산 이종능'작가가 한 말이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억지로 바꾸려 해도 본질은 변화시킬 수 없.


마지막 가마에 들어가기 전 마른 유약을 고르게 매만져 준다. 심하게 흘러내린 부분은 조심히 긁어 주고 고르지 못한 표면은 손 끝으로 마무리해 주었다. 너무 힘을 주면 화운데이션 밀리는 것처럼 되어버 아기 볼 다루 듯 조심 조심.

첫 소성 후 금이 간 부분은 붓으로 말려가며 여러 번 두껍게 유약을 발라보았다.

자국이 남긴 하겠지만 그만큼 참아낸 시간들을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마로 들어가기 전 주문을 건다.

예뻐져라... 예뻐져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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