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 한 달 도예 수업 후

나의 리듬대로 (Vivre à son rythme) 살아보기

by Elia

12월, 호텔의 원래 부서 복귀했다.

9월부터 3개월간 호텔 전체 내부의 리뉴얼 공사 때문에, 다른 파트에서 같은 시간대에 지원 근무로 나갔다.

기본적인 업무 내용은 유사하지만 매뉴얼이 다른 부분 단기간에 적응하기 녹록지 않다.


이미 알고 있는 업무 내용도 멈칫하게 되었고, 시작점의 방향조차 못 잡았다. 순발력 요하는 상황은 결과가 본인 책임이 매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원과 담당 과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인사관리부에 무리해서 버티기보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본 부서로 돌아가기 전까지 주어진 쉼의 기간, 흙과 시간을 보냈다.


공방에 가 보니 이전 결과물이 네 점 나와 있었다.

완성도에 속도가 붙고 물레의 흐름을 잡기 시작했다며 강사님이 좋아한다.

그렇게 한 달 간이라도 흙놀이 하며 조용히 쉴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12월 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단장한 호텔 라운지의 외부 홍보용 사진을 촬영에 맞춰 비품 정리를 시작했다.

이전 사용했던 물건들과 새로운 비품의 정리가 정해지지 않아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분들과 부서직원들, 홍보 업체가 리뉴얼 오픈 일정에 맞춰 바쁘게 움직였다.

공방은 평일 클래스에서 주말로 시간대를 바꿔 이어가기로 했다.

평일의 피곤함이 남았는지 에 느껴지는 집중력이 엉망이다.

한 점의 굽 깎기가 30분 이상 걸렸다.

"저, 오늘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서두르지 말고 본인이 전체적 균일하게 두께를 깎는 감각을 연습한다고 생각하세요. 빨리 완성시키는 건 나중 일이니까."


단 몇 시간이라도 자신을 재촉하지 말기.

그것만으로도 흙처럼 숨을 쉬는 것이다.


공방에는 작업을 하는 이들은 모두 일반인이라 속도와 내용이 다르기에 개 작업에 집중하기 좋.

오오사카(大阪) 시내에서 새로운 이자카야를 오픈할 예정인 젊은 쉐프는 자신의 가게에서 쓸 소품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물레 작업을 하는 중년 여성분은 몇 달 만에 나와 그런지 밀린 작품들의 마무리 과정에 급한 듯 보였다.

결국 과하게 물레 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 흙이과하게 깎아 버려 종이처럼 쭉 잘려 나가 버렸다.

모두 "아... 아깝다."라고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이 페스〜마이페스〜
강사님이 말한다


일본에서는 '마이페스(マイペース : My pace)'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집단주의의 업, 일체감을 중요시하는 일본에서 근래에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Go at your own pace" 또는 "Do your own thing"이라는 영어 표현처럼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살아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의 "Vivre à son rythme(비브르 아 송 리트므)"처럼 "자신의 리듬대로 산다"는 비슷한 표현도 있다.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개인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만의 삶을 중시하라는 문화적, 사회적 흐름과 연결된다.




도예는 흙을 만지는 이의 흐름대로 자연을 대하는 방식대로 만들어낸다.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자신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고운 붉은색 흙을 사용해 카펫을 만든 레나 디트리치, 흙을 이용해 인간과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임옥상 작가, 도자기가 단단함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마치 천으로 감싼 듯한 형태를 만들어 낸 田中悠(Tanaka Yu).

각 나라와 문화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자연에서 오는 그들만의 독특한 흙을 대하는 리듬이 느껴진다.

Red Dirt Rug (2016) Rena Detrixhe



임옥상 작가, <여기, 일어서는 땅> 장단평야 땅덩어리를 전시장 벽에 붙인 흙판화


임옥상 작가, <흙의 소리> 작품 속이 비어 있어 안에 들어가 스피커로 숨소리가 들린다.


田中悠(Tanaka Yu),<つつみもの(쯔쯔미 모노: 보자기)>



" 이게 흙이라고?"

이러한 다양한 도예 전시 작품들을 볼 때마다 눈을 의심하게 된다.

흙이라는 공통된 소재가 각기 다른 리듬과 속도로 빚어낸 것이라 창작의 무한성을 느끼게 된다.


흙은 내게 말해준다.

급히 가려 말라고.

당신이 언젠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땅을 떠날 때 다시 내게 돌아오니까.

매 순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삶의 소중함과 자신의 리듬에 맞춰 현재를 살아가라고 흙이 전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