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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굽깎기(trimming: 削り)

인생의 군더더기도 깎아 버렸으면

by Elia

많은 사람들의 작품들 속에서 반건조된 작품을 찾아냈다.

마지막 형성 작업인 밑둥의 '굽깎기'에 들어간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고 형태를 다듬는 시간이다.


어디까지 굽을 깎아야 그릇 비슷하게 되는 것인지.

"선생님, 어디까지 깎아내야 해요?"

"지난 시간에는 어떻게 했어요?"

"처음이라 다른 강사님이 거의 도와주셔서..."

(운전학원 다닐 때랑 똑같다. '아... 도대체 똑바로 주차가 안되지?'똑같은 상황이다.)


"그러면 이 방법을 한 번 써보세요.

먼저, 굽칼과 포인터를 T자로 엇갈리게 작품 위에 올려놓고 도기의 높이를 재요. 이 높이가 도기의 안까지의 깊이예요. 그 높이를 손톱이나 굽칼로 바깥의 표면을 살짝 표시를 해요. 이 표시에서 1cm 정도 더 밑으로 표시를 한 부분에 굽을 만드는 거예요. 나머지 부분은 굽칼로 깎아내 버려요.

굽이 있으면 완성 후 평평한 곳 위에 올렸을 때 지면과 작품의 마찰을 약간 덜어주죠."


전체적으로 균일한 두께 깎아내는 작업이다.

아직 손에 감(感)이 안 온다.

눈으로는 이해가 가는데 뇌를 통해 내 손으로 이어지기 까지 어렵다.

계속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중심을 잡고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균일하게 국수발처럼 흙국수가 술술 쓸려져 나간다.

그런데, 미리 표시한 부분까지 부드러운 곡선이 안 나온다.

분명 칼은 닿았는데 모양이 변함없다.

일단 손을 물레에서 내려놓았다.


"뭐가 문제일까요?"

강사님이 내 손동작을 유심히 보 말했다.

물레의 회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굽칼이 뉘어 있어 헛짓만 한 것이다.

쉽게 말해 그냥 도구만 갖다 댄 거다.

칼날을 물레가 회전하는 반대 방향으로 대어야 군더더기가 잘라 나가는 거다.

요령을 알고 다시 연습했다.

'훅!' 하고 도기 몸뚱이를 칼이 깎아내릴 것 같아, 조심조심 하니 깎아 버려야 부분이 아직도 남은 것 같다.


모든 굽 깎기가 끝나고 작품을 물레에서 떼어내 들어보니 내겐 너무 묵직하다.

"이 정도의 무게가 좋아요. 가끔 아주 얇게 깎으신 분도 있지만 그건 자기 취향과 같은 거예요.

너무 얇게 깎다 보면 가마에서 금이 가는 경우도 있고, 무게가 너무 무거우면 실생활에 부담이 되는 점도 고려해서 다음 작품을 구상해 보는 것이 좋아요."

가마로 들어가면서 수분이 빠져 10〜15% 정도 가벼워진다는 강사님의 설명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은 욕심이기도 하지만 게으름이기도 하다.

그 많은 잡생각을 과감하게 깎아 버리면 좋겠다.

내 안의 그릇이 가벼워져 새로운 것들을 담아 넣어도 마음이 무겁지 않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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