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팥죽
현재 직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동료가 다수 있다.
아침 일찍 출근 후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가질 때였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다른 곳에서 흔히 먹을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타이완 스위트 중에 두부에 흑설탕 시럽, 과일, 산쵸 허브 젤리, 타피오카 경단, 고구마 경단, 땅콩 삶은 것을 올려 먹는 것이 있단다.
이게..
칼로리 폭탄이다.
하지만 그 걸 먹을 때 할머니 손맛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있었다.
' 한국의 디저트 중에도 그런 게 있나?'
설명을 듣고 생각에 빠졌다.
동료가 그 사진을 보여주는데, 모두 다른 자기 나라 이름으로 "이거 OO 네!"라고 해 웃었다.
한국에 있는 단팥죽이잖아...
일본 친구는 앙미쯔(あんみつ) 비슷한데?
하와이에서 출신인 분은 아사히베리??
(응, 비슷하지만 아닌...)
모두 각자 사진을 보고 재밌다며 한 마디씩 했다.
나는 엄마의 팥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팥죽에 항상 밥을 넣고 쑤기 때문에 팥죽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상상이 되었다.
외할머니도 이렇게 만드셨기 때문에 엄마도 그대로 따라 하신 다는 것이다.
" 친구 엄마는 찹쌀 옹심이를 넣는데..."
" 그럼,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먹어!"
" 에~? 그럼 밥 없는 쪽으로 담아줘."
" 암튼... 까다롭긴."
지금 생각해 보면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런 말 하는 게 당연하다. 서운하셨을 것이다.
작년 초가을,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가 있었다.
엄마가 허리 수술 후 물리치료 받는데 끝나면 나와 카페 가고 싶다 하셨다.
검색해 보니 마침 병원 근처에 카페가 있었다.
구수한 커피와 큼직한 망고가 올려진 망고무스케이크를 주문했다.
"요즘은 돌아가신 엄마가 나 어렸을 때 만들어준 녹두죽, 쑥버무리가 먹고 싶다. 파는 건 그 맛 안나."
케이크가 반쯤 사라졌다.
" 엄마, 맛있는 거 드시면서 또 먹을 거 생각해?"
" 응... 나이 들고 몸이 이러니... 자꾸 엄마 음식이 더 생각 나."
타이완 동료가 보여준 것은 '豆花(dòuhuā)'였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 자기 나라 음식이 많이 그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이 그리울 거다.
나이가 점점 들면, 어렸을 적 엄마 모습이 더욱더 그립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