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크로아상
우울해서 빵을 샀다.
그랬더니 누가 말했다.
"넌 안 우울해도 빵 사잖아."
맞는 말이라 웃었다.
눈물 대신 웃음이 나온다.
퇴근하고 나왔는데, 빵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아니, 정확히는 빵이 먼저 날 봤다.
쇼케이스에 나란히 줄 서서 기다리는 겹겹이 버터의 페스츄리들...
가격표를 보고 잠깐 머릿속 지갑이 로딩 중이다.
'와... 빵값이.. 와!'
하지만 이미 빵집게 잡은 손은 잘못 집으면 부서질까 떨어질까 조심히 크로아상을 들고 있었다.
비주얼이 반칙이다.
맛도 반칙이다.
가격도 반칙이다.
의사 선생님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렸다.
"밀가루는 역류성식도염을 재발시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서도 크로아상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내 다짐도 우수수 바스러졌다.
어느새 옷에 다닥다닥 붙어버린 자잘한 빵조각들.
“그래! 우울해서 산 게 아니라, 그냥 비주얼에 졌다.”
그리고 속이 쓰릴 걸 알면서도 또 한 입.
그렇게 오늘도 고급진 고통을 겪었다.
'내일은 진짜 참자.'
오늘도 난 빵한테 또 홀렸다.
베이커리 앞을 지나칠 때 퍼지는 따뜻한 버터 냄새에 마음이 녹았다.
위장은 쓰리고, 다짐은 바스러졌지만…
내일도 아마 그 냄새 앞에서 습관처럼 또 멈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