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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입은 날, 아빠는 나를 업고 뛰었다

솜사탕(Cotton Candy)

by Elia

어린이날, 남동생과 나는 아빠 손에 이끌려 운동회에 갔다.
아빠가 속한 라이온스클럽에서 주최한 가족 운동회였다.

엄마는 그게 운동회인 줄 몰랐는지...
나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혀 보냈다.
친목 모임인 줄 알았던 거다.

남동생은 바지를 입었으니 상관없었지만,
나는 치마였다.
그리고, 하필이면 달리기가 있었다.

"뛰기 싫어. 치마잖아…"
나는 울먹였고,
아빠는 “괜찮아, 아빠랑 같이 뛰자”

출발 선에 아빠 손에 이끌려 같이 섰다.

아빠는 등을 내어주었다.

뛰었다.
통통한 딸을 업고
운동장을 가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빠 등에 땀이 배어 나왔다.

우리는 1등을 했다.
1등 상품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의 땀 냄새와 햇살은 지금도 생생하다.

운동회가 끝나고,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운동장 앞을 걸어 나왔다.
핑크색, 하늘색, 하얀 솜사탕이
바람에 흩날리며 우리를 반겼다.

남동생과 나는 하나씩 고르고
끈적한 손으로 조심스레 핥아먹었다.
손바닥에 닿은 설탕 결정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모든 것이 달콤하고,
모든 것이 금방 사라지던 시절.

솜사탕처럼,
그해 오월도 그렇게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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