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한 참 진행되던 1970년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 그들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아니 지나고 보니 그냥 말이었다) 혹은 부자가 되는 것, 그것이 지금 나이 50 이상들이 유년시절 말하던 미래의 꿈이었다.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면 가족들이 웃었다. 큰 꿈이 기특해서 웃는 게 아니고 될 가능성이 없음을 알기에 귀여워서 웃었다.
그나마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아이들은 현실 파악을 조금 하는 아이들이다. 가난한 현실을 조금은 눈치챈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점빵에서 먹고 싶은 것 실컷 살 수 있고, 프로스펙스나 나이키 운동화를 신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부자가 꿈이었다.
나는 없고 1등만 있었던 시절이다
그때는 나를 탐색하는 것에 서투르거나 무지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성도, 알려는 노력도 안 했다. 자신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고 미래를 준비해라 조언하는 사람도 기억에 없다. 그저 어렵지 않게 들렸던 말은 ‘옆집 개똥이는 1등 했다더라’였다. 그래서 1등 찬양 관객으로 자란 세대가 지금의 중년들의 성장기 배경이다. 나는 없고 1등만 있었던 시절이다.
구체적인 꿈은 없지만 묵묵히 사는 것이 그나마 정신 차리고 사는 길이었다. 열심히 살면 그것이 최선인 줄 알고 그러면 부자가 되는 줄 알고 살아왔다. 성실이라는 무기로 뚜벅뚜벅. 그렇게 살아온 결과로 부자가 되었을까? 이제는 눈치껏 스스로 퇴사하기를 사회는 종용한다.
20년 경력자 한 명의 비용으로 젊은 인재 두 세명을 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IT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20년 아날로그 경력자가 아니고 IT 원주민인 젊은 세대기 때문이다. 은퇴 후보자들도 다 안다. 이 회사는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음을. 하지만 침묵한다.
퇴사 후 뭐 할 거예요?
아직 준비가 안돼 있기에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 그리고 슬쩍 묻는다. "퇴사 후 뭐 할 거예요?" 은퇴후보자들끼리 모이면 마치 공용어처럼 하는 질문이다. 이런 대화가 오갈 때는 늘 분위기가 무겁다. 은퇴 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롤 모델도 없던 그 시절엔 밴치마킹할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라디오와 TV 정보가 거의 전부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시골 촌띄기에게 신문은 드라마에 나오는 소품이거나 도시 유물이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은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고 위인전에 나온 사람은 역사 인물이니 현실적이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란 불가능했다. 사실 찾을 필요성도 못 느낀 것이 제대로 된 표현이다. 넘볼만한 목표 타깃을 본 적이 없었기에 해볼 만한 용기자극이 부팅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 번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한 채로 은퇴라는 종착역에 도착해 있다.
종착역에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이야!
종착역은 다시 출발하는 곳이다!
종착역은 끝이 아니다.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는 곳이다. 몸은 청년시절과 다르지만 마음과 정신은 건강하다. 지혜와 꾸준함까지 겸비한 우수한 멘탈 소유자들이다. 이제는 미래 설계를 제대로 해 볼 타임이다. 모든 것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 시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과거를 떠나야 한다. 과거는 종착역에 두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내게 남겨진 미래를 향해 새 출발해야 한다. 현재를 멈추게 하는 힘은 과거다.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미래다. 멈춰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갈 것인가?
이제는 누구나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다.
세세하게 짤 수 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초로 내가 원하는 종착역을 설정할 수 있다.
넘볼만한 사람을 목표로 나도 방향 설정을 할 수 있다.
뚜벅뚜벅 성실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훌륭한 타이탄의 도구는 될 수 있다.
테크 발전은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중년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테크에 온기를 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그래야 테크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세상이 된다.
당신이 잘하는 탁월한 3가지를 찾아라
당신이 잘하는 탁월한 3가지는 무엇인가? 당장 적어라.
이제 나에게 집중해 보자. 한 번도 제대로 못해 봤으니 집중해서 나를 찾아보자.
그 게 당신을 미래로 견인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과거를 떠나라. 그리고 새로 출발하자. 지금이 딱 움직이기 좋은 때다.
아이들도 다 컸고, 삶의 경험도 쌓여서 웬만한 건 감으로 알 수도 있는 나이가 됐다. 온전히 내게 집중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