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청년 May 27. 2024

카톡 프로필 사진첩에 배우자 있어요?

연인은 다정한 커플 사진을 올리는데 기혼은 배우자를 올리지 않는 현실

카톡 프로필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새로운 사람의 번호를 저장하면 카톡프로필을 확인한다. 과거의 프로필 사진을 열람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는지, 여행을 좋아하는지,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성향인지 아닌지. 종교는 무엇인지, 심지어 관종의 정도까지도 가늠이 된다. 물론 나의 견해일 뿐이지만.


고객일 경우 관심사로 대화를 시작하기에 용이하다. 

여행 이야기, 자동차 혹은 드림카 이야기 등 프로필 사진으로 유추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나에 대한 관심은 소통의 온도를 높인다. 특히 내 관심사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무조건 호감이 올라간다.

데일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자신의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고객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영업에 유리한 전략이라고.


카톡프로필 사진 모음에는 다양한 사진들이 있다.

자녀와 함께한 사진, 친구들과 보낸 여행 사진, 일하는 자신의 모습, 운동하는 모습, 최근에 받은 생일축하 사진, 아름다운 자연풍경 등.


프로필 사진과 한 줄 메시지에는 나름의 상태도 담긴다. 행복이 담기기도 하고, 슬픔이 담기기도 하고, 추억도 담긴다. 한 사람의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공개된 자료실이다.  


특이점이 있다. 친구, 지인, 자녀 다 있는데 배우자의 모습은 없는 경우가 많다. 연인사이일 경우 남친이나 여친 사진은 있다. 사진이 있다가 사라지는 것은 싸웠거나 헤어진 것이다. 그러나 기혼은 배우자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혼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자녀와 찍은 사진이 있느냐 없느냐로 짐작한다. 대부분 자녀의 사진은 있다. 꼭 있다. 사이가 좋은데도 배우자 사진은 없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가 담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사진은 관심의 이동을 반영한다.

신혼 초에는 커플 사진을 올린다. 연애의 연장선으로 함께 있는 다정한 모습 일색이다. 아이가 생기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프로필의 중심이 아이사진으로 교체된다. 모든 관심이 아이에게 쏠려 있음을 의미한다. 행복의 중심축이 연인에서 아이로 이동되는 것이다.


가끔 배우자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제한적이다. 가족행사에서 단체로 찍은 사진에 주로 담긴다. 생일축하 파티나 부모님 회갑연 등 기념일에 담겨 있다. 함께 여행을 다녀와도 커플사진은 올리지 않고 개인 인생컷을 올린다. 남편에게서 혹은 부인에게서 선물을 받으면 감사 인사겸 자랑으로 선물 사진을 올린다. 배우자의 얼굴은 올리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부부가 일상을 즐기는 커플로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SNS 게시는 감정을 담는 공간이다. 행복, 슬픔, 화남 그리고 감동 등의 감정을 담는다. 메시지와 세트로 올린다. 주로 감정의 변화가 강하게 일 때 프로필에 변화를 주려는 의지가 생긴다. 일종의 우회적인 메시지 전달 창구인 샘이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기쁨의 표현이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다는 신호일 수 있다. (모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동네 공원에서 손잡고 걷는 중년부부의 뒷모습을 봤다. 남편은 와이셔츠 정장 차림이었고 부인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옷차림은 어색했지만 손가락 끝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걷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지나치며 봤더니 아는 분이다. 그렇게 다정한 커플마저 그들의 프로필에는 부인의 얼굴도 남편의 얼굴도 없다.


다정한 부부 모습이 너무 귀해지고 있다. 남자친구 사진은 올리는데 남편 사진을 올리는 것은 쑥스러운 것일까? 부인 사진을 올리는 것은 팔불출이라 여길까 봐 주변을 의식하는 것일까? 다정한 커플은 불륜 밖에 없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식당에서 따듯한 눈빛으로 대화하는 부부 만나기 어렵다. 여러 커플이 모여서 웃고 즐기는 모습은 있어도 커플의 따뜻한 소통 모습은 글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딸아이 말이 귀에 남았다.

다정한 모습의 부부가 없어. 그래서 결혼하고 싶지 않아!”

아이들에게 부부관에 대한 정립이 잘못 스미고 있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리 있겠나. 어른으로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할 때 있다. 책임감도 느낄 때 많다. 내 프로필에도 백년가약 맺었던 짝꿍 사진은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겨우 머리 몇 가닥 자르고 뭐가 이리 비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