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까운 친밀한 사이에서 더 그렇다. 매일 함께 일하는 직장 내에서 혹은 매일 함께 생활하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 인정욕구 미충족은 흔한 트러블의 불씨다. 불협화음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인정해 주고 인정받기가 말처럼 쉬운 것일까? 그냥 말로 뱉어 주면 해결되는 것일까?
들여다보면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은 자신은 되려 타인에 무관심하다. 타인과 공감하거나 칭찬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당연하다. 자신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를 관찰할 여유가 없다. 자신의 공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상대의 공로는 터부시 하기 쉽다.
부부간의 갈등에서도 인정욕구에 대한 불화가 잦다. 이혼 사유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등의 큰 부분이 인정 부족이 많다는 전문가의 말을 들었다. 부인이 전업주부인 경우 확연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의 위상이 정서적으로 더 크게 인식된다. (이 부분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고 개선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알게 모르게 여자들에게 내놓는 해결책이 ‘남편을 인정해 줘라’이다.
그다음 시나리오는 판으로 찍어낸 판화처럼 똑같다. 아이 키우는 거는 공이 없냐, 집에서 살림은 아무것도 아니냐 등 자신의 롤에 대해 가치를 달라 설전이 벌어진다. 이 지경까지 가면 인정이고 뭐고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되어버리니 더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생존본능이 작동된다.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면 쉽다. 내가 받고 싶으면 먼저 내줘야돌아온다. 미끼를 던져야 물고기를 낚고, 마음을 줘야 이심전심도 생긴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다. 먼저 줘야 생긴다. 인정도 마찬가지다. 서로 교환하는 마음이지 일방적으로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인정에 야박하다 탓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인정을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받으면 주는 논리는 대가성 거래다. 대가성 교환은 오래가지 못한다. 받아야 줄 수 있기 때문에 오지 않으면 끊긴다.
먼저 주고받는 것은 인정하는 마음의 교환이다. 받았으니 감사함이 흐른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다니는 상호성 원칙에서 설명한다. 인간은 뭔가 받으면 빚이 생긴다고. 나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라고. 내가 의도하건 아니건 먼저 주는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중 하나라고.
강요된 인정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받더라도 알맹이 없는 텅 빈 밤알과 같다. 강요된 인정은 연속성도 없다. 억지스러운 감정으로 줬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이 쌓이게 된다. 그렇다. 꾸준히 인정을 강요하는 사람에게 칭찬하기는 참 어렵다. 일방적으로 계속 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진심이 아니기도 하고 상호 교환하고 싶은 생존 본능이기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