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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간 살리기”

다락 옥수

by hyogeun

“죽은 공간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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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단어 그대로 죽은 공간이다. 사용자가 쓸 수 없어서 버려진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는 건축가의 잘못된 설계로 생겨나기도 하며, 사용자의 가구 배치나 공간의 용도가 변경됨에 따라 후천적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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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치밀하지 못한 계획으로 생겨난 데드스페이스는 가령 기둥과 벽 사이의 공간이 좁아, 가구를 놓거나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공간일 수 있고, 건물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각종 설비 시설 때문에 벽이 돌출되어 만들어진 애매한 공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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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건축가가 아무리 설계를 잘했다 한들, 사용자가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데드스페이스가 생겨날 수도 있다. 잘못된 가구 배치로 생겨난 비워진 공간, 용도가 변경됨에 따라 창고로 쓰이게 된 공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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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도 데드 스페이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잘못도 아니며, 사용자의 잘못도 아니다. 도시에서 생기는 죽은 공간은 도시를 운영하기 위해 시설이 들어서면서 생겨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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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고가 하부가 있다. 고가도로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다른 지역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이지만, 그렇게 생겨난 도로 밑 고가 하부는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렸다. 강 위를 지나가는 다리 밑은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는 장소로, 더위를 피하고 물놀이하다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도심 속 고가 하부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사용될 수도,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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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해온 서울시의 고가 하부 활성화 사업으로 탄생한 이곳, ‘다락 옥수’는 도시에서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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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음이 심하고 어두운 문제점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다. 한옥 처마를 연상케 하는 지붕은 알루미늄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그래서 바닥에 비친 햇빛이 반사되어 지붕을 비추고, 지붕이 다시 빛을 반사해 고가 하부를 밝힌다. 작은 도서관 내부 지붕도 흥미롭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음용 재료를 지붕에 둘러, 고가 하부의 단점을 극복하려 했으며, 이것이 되려 공간을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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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임에도 있을 건 다 있다.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아동용 공간도 있어, 부모님이 맘 편히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할 수 있다. 한쪽에는 작은 정원도 마련되어 있어, 고가 하부의 쾌쾌한 공기를 정화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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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의 즐거움’이라는 뜻에 맞게 다락 옥수 반대편은 열린 공간과 계단 광장을 만들어 다양한 행사가 열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옥수역 7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공간이기에, 외부인들이 찾기 쉽고, 주민들도 자주 들려 그 즐거움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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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하부만 해도 서울에는 엄청나게 많은 곳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곳은 이곳처럼 되살아날 가능성도 함께 가진다. ‘다락 옥수’처럼 동네에 정말 필요한 시설이 들어선다면, 소음과 매연 대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빛이 고가 하부를 가득 채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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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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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동구 옥수동 360-4 3필지

평일 09:00 - 18:00 (주말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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