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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 바뀌어도, 공간은 바뀔 수 있지요”

광진정보도서관

by hyogeun

“사람은 안 바뀌어도, 공간은 바뀔 수 있지요” - 광진정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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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경험하다 보면, 가끔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 있다. 건물이 자리한 위치도 좋고, 건물 자체도 나쁘지 않아서 좋은 공간이 될 여지가 다분히 있음에도, 공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인테리어와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은 실의 구성으로 인해, 공간이 잠재력을 상실해 버린 경우다. 이는 주로 공공건축물에서 나타나며, 오래된 건물일수록 그 모습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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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예산에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기 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장식적인 요소들은 값싼 재료와 인건비가 최소화된 시공법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유지보수 비용도 아끼고 괸한 돈 썼다며 비난받지도 않는다. 여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필요한 시설이 요구되면서,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 섞이는가 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기구를 구매하느라 통일성 하나 없는 인테리어가 공간을 장식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살아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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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정보도서관’은 도서관동과 문화동으로 나뉜 건물을 브릿지가 연결해주는 규모가 꽤 큰 공공 건축물이다. 건물 앞은 한강이 흐르고 그 위로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간다. 좋은 풍경을 향해 시원하게 창을 뚫고 공간을 사선으로 꺾어 빛을 충분히 들이는가 하면,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도는 돌음계단에는 동선에 맞춰 뚫은 창으로 공간의 지루함을 덜어냈다. 건물도 애초에 장소의 매력을 알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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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공간의 가능성은 묻혀버렸고, 그렇게 방치되어 아쉬움 가득한 공간으로 남게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부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다른 도서관과 다를게 없었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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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요근래 책을 대출, 반납하기 위해 다시 찾은 도서관은 책만 빌려서 나갈 수 없게 나를 붙잡았고 카메라를 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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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롭게 바뀐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천장이다. 면으로 한꺼번에 마감한 천장을 덜어내고 조명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여 선을 강조했다. 단순히 수평적으로 배친한 것이 아니다. 공간의 형태에 맞게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했다. 덕분에 공간이 넓어 보이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향하며, 장소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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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추가된 ‘메이커 스페이스 작업장’은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도서관동 3층의 중심부로 옮겨졌다. 유리로 공간을 구분지어 소음은 차단하면서 공간을 답답하지 않게 했으며, 오며가며 들리는 사람들에게 ‘광진정보도서관’만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어필 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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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공공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공간 자체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때문에 기존에 있던 공공 건축물의 공간들도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곳은 별로 없었다. 다행히, 광진정보도서관이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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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도서관동만 리모델링을 진행했기 때문에, 문화동은 아직 공간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나머지 공간도 새롭게 변화하여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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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사람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바뀔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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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토펙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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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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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아차산로78길 90

평일 09:00 - 22:00

주말 09:00 - 18:00

매월 둘째주, 넷째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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