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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가능성”

성수 WAVE

by hyogeun

“재료의 가능성” - 성수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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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건축 재료는 콘크리트의 다재다능함에 밀려 장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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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크기와 길이가 한정적이어서, 대규모 공간을 구축하는데 제약이 많았고, 자연스레 원하는 형태와 크기를 구축할 수 있는 콘크리트가 이를 대신했다. 벽돌은 수평적으로 길게 구축할 수 있지만, 수직으로 높게 올리기엔 안정성에 문제가 있었기에, 이 또한 콘크리트의 몫이 되었다. 콘크리트에 밀려난 재료는 구조가 아닌 장식으로 벽면에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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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합성 목을 통해 대규모 공간을 구축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벽돌은 아니었다. 모르타르를 발라 시공하는 습식 공법에서 철제 프레임에 벽돌을 끼우는 방식의 건식 공법이 개발되어 기존보다 더 안정적으로 벽돌을 시공할 수 있었지만, 벽돌 자체가 구조체가 될 수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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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사람이 일일이 쌓아서 올린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쉽게 그것이 건물의 구조를 담당하고 있으리라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속임수일 뿐이다. 콘크리트로 구성된 몸에 벽돌 집처럼 보이기 위해 건물을 벽돌로 꽁꽁 싸메니,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그것이 연출해내는 따뜻하고 정겨운 이미지가 지금까지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내지만, 이것마저 없었더라면 벽돌은 진작에 소멸했을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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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WAVE’는 장식임을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더 드러낸다. 콘크리트로 뼈대를 구성하고 벽돌로 옷을 입힌, 전형적인 벽돌 건축물이지만, 북쪽 면의 벽돌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은 유려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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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습식 공법이 아닌, 철제 프레임에 벽돌을 끼우는 건식 공법을 사용했다. 철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자유자재로 틀을 만들면, 유려한 곡선을 가진 벽돌 벽면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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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일정하게 공간을 밝히는 북향은 상업시설에서 인기는 향이다. 이곳 또한 북향을 공간으로 들이기 위해 벽면을 허물었지만, 너무나 가까운 주변 건물로 인해 시야를 차단할 가림막이 필요했다. 그래서 성수 wave는 벽돌을 엇갈려 쌓으면서 향은 들이고 시야는 차단하는 방식을 썼고, 동시에 곡선을 사용해 벽돌 벽이 종잇장처럼 가볍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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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임을 인정하고 장식으로서 벽돌을 부각한 덕에, 무겁게만 보이던 벽돌이 금방이라도 날아다닐 것만 같다. 이곳은 우리에게 재료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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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제이와이아키텍츠 ( @jy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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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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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22-18

샌드카베 : 매일 11:00 - 21:00 (월요일 휴무)

콩카세 : 매일 11:30 - 21:3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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