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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by hyogeun

“고정관념을 깨다” -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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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설계 스튜디오에서 우리는 바로 건물 설계를 하지 않았다. ‘나인 스퀘어’라고 하는 30X30cm로 된 정육면체에 면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자르고 찢으면서 공간을 자유자재로 건드려보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이건 다양한 공간감을 익히는 과정이며, 나름의 컨셉을 정하여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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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교수님은 우리에게 바닥을 바닥으로 생각하지 말고, 천장을 천장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던 적이 있다. 정육면체를 구성하는 6개의 면을 모두 디자인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다그쳤지만, 공간에 ‘공’자를 이제 막 알았던 새내기들에게 교수님의 목소리는 모순투성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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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우리는 바닥을 바닥으로 생각하여 아무런 디자인도 하지 않았고, 천장을 천장으로 생각하여 구멍 몇 개만을 뚫어 천창을 표현하고 끝냈다.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우리에게 교수님은 건물 하나를 알려 주셨고, 이곳이 자신이 말한 의도를 잘 설명해주는 공간이라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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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옆으로 세워져, 자동차 루프가 밖에서 보이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고정관념을 깬다. 자동차는 무조건 땅과 맞닿아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에서 벗어나, 적어도 전시할 때만큼은 자동차를 눕힐 수 있지 않냐며 색다른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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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공기 저항과 배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서리 부분이 곡선으로 기울어져 있고, 여기에 선루프를 설치하면 그에 맞는 형태로 다시 디자인된다. 차체의 바닥은 최대한 기능적이면서 정비가 용이하도록 각종 강관과 조인트를 알맞게 배치하여 깔끔한 구성을 보여주니, 옆으로 눞혀서 보여주는 차에의 바닥과 천장은 그것만으로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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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 하나하나 디자인된 것은 오롯이 땅 위에서 움직이는 물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잘 보여지지 않았고, 그 중요도가 떨어졌었다. 땅과 맞닿아 있어야만 했던 건축물의 바닥은 그야말로 평평해야 했고, 천장은 높아서 보이지 않으니, 빛만 잘 들어오게 구멍을 뚫으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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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닥과 천장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나인 스퀘어에서는 이 모든 게 우리의 고정관념이었고,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우리가 말랑한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보도록 안내해주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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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용 강관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선은 가공되지 않은 재료에서 나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나의 소재로 오브제를 만들어 자동차를 강조하거나 자동차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로 전시장과 체험장을 구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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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용되지 않는 재료와 생각을 전환하는 아이디어로 이곳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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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SUH Architects - 서을호 ( @suh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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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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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언주로 738

매일 09:00 - 21:00

매달 1번째 월요일 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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