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주변을 밝혀줄 빛줄기” - 녹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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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에 위치한 성남동과 옥교동은 한때 울산의 상권을 장악했던 동네다. ‘젊음의 거리’는 영화관, 술집, 옷 가게와 소품 샵이 밀집해 있어 주말만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근처에 흐르는 태화강으로 산책하기도 좋아, 평일 낮, 밤 할 거 없이 붐비던 동네였다.
그런 동네가 예전 같지 않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복합문화공간인 업스퀘어가 남구 삼산동에 들어서면서 성남동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하철 없는 울산에서 삼산동보다 교통편이 좋지 못했던 것도 속도를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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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은 높지 않은 4층짜리 건물이다. 3층으로 구성된 내부와 옥상 테라스로 구성된 건물은 크기에 비해 내부 공간이 다소 좁지만, 각 층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이 내부를 답답하지 않게 한다. 1층에 마련된 수 공간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뚫린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 창을 비집고 들어와 사람들을 스치는 바람이 오감을 자극한다.
녹슨의 독특한 외피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두드리고 불에 그을린 동판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전부 다른 각도로 굴곡진 1,549장의 동판은 저마다 다른 깊이와 농도의 그림자를 가진다.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자는 건물을 동적으로 만들고 빛을 난반사하여 윤슬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건물이 골목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도 존재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히 변화한 공간은 예전보다 더욱 성숙해졌다. 주인장의 취향이 담겨 공간이 풍성해지고 따뜻해졌다. 음료는 업그레이드되고 다양해져 혀를 자극한다. 때론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여 공간의 무궁무진한 변화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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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어진 건물이 들어서면서 쇠퇴한 도시를 되살아나게 한 사례를 여럿 봐왔다. 녹슨에서만 경험할 수 오감 자극의 공간과 윤슬을 만들어 노후화되어 어두워진 동네를 환하게 밝히는 외피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장치다. 동네에 비해 작은 카페지만, 그 힘은 엄청나다. 녹슨이 다시 북적한 젊음의 거리를 되찾아줄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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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온건축사사무소 ( @jung_woongsik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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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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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옥골샘8길 23
화 - 토 : 18:00 - 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