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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r 10. 2023

“도시에 쉼을 넣다.”

카페꼼마

“도시에 쉼을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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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상가 건물은 사라지고 주거 빌라와 아파트가 길에 면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인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주민센터를 통해 이곳은 누군가의 고향이 되기도 하며, 홍익대와 연세대를 통해 대학 생활을 담아낼 추억의 장소가 되어준다. 다양한 연령층이 공존하는 연남동이기에 평일, 주말, 낮 밤 할 거 없이 북적인다.


경의선 숲길과 면한 주거 건물 한 켜 뒤에 자리한 ‘카페 꼼마’는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커피와 빵뿐만 아니라 책도 함께 판매한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 음료를 마시며 꺼내어 읽어 볼 수 있게 하고, 강연을 통해 독자와 저자가 직접 만나는 기회도 제공하며, 쿠킹 클래스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모두를 위한 건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장으로서 서점보다는 도서관의 성격이 강하다. 경의 선 숲길이 외부에서 사람과의 접점을 만든다면, 카페 꼼마는 내부에서 이를 행하게 한다.


건물은 붉은 벽돌로 치장한 다가구 주택과 달리 구조를 드러내고, 창을 강조하며, 외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재료의 사용이 독특하다. 1, 2층은 여느 건물처럼 유리를 통해 내부를 보여주며 주변 풍경과 소통한다. 3, 4, 5층은 무늬 타일과 수평 루버로 단조로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해진 예산과 빠듯한 시간으로 철골구조의 선택은 도리어 건물의 개성이 되었다. 풍부해진 파사드는 맞은편 주민센터와 놀이터를 이용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카페와 서점, 일명 북카페로 불리는 이곳은 단일 프로그램을 가지지만, 다양한 층고 덕분에 경험이 다채롭다. 지하 1층은 계단식 강의 공간과 선큰 공간, 책으로 둘러싸인 벽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지하의 불쾌함을 탈피한다. 단을 통해 공간을 구분하고 2층 높이의 층고를 가진 지상 1층은 식품 제조 과정을 한눈에 바라볼 수도, 유리를 통해 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를 바라볼 수도 있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3, 4, 5층은 일반적인 건물의 층고와 형태를 따라가지만, 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이들을 연결해주는 개방된 수직 동선 덕분에 단절되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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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은 주거지역임에도 공공시설의 수가 적다. 이는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도시가 가진 공통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내부에서 사람과 만날 접점이 적은 한국은 이를 카페가 대신했다. 동시에 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카페와 다른 프로그램이 결합하였다. 북카페로 사용되는 카페 꼼마도 그런 결과물이다. 비록 이곳도 돈을 지불해야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상업 건물이 즐비한 장소가 아닌, 한적한 주거 지역 안에 자리한다는 것을 통해 공공성을 띠려 한다. 공공 건축물은 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에, 쉼표의 뜻을 가진 ‘카페 꼼마’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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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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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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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29길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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