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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r 14. 2023

“대비“

마하 한남

“대비” - 마하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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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강북은 강남과 달리 낙후된 지역이 많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늘어난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갯벌과 과수원이었던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강북에 있던 유수한 교육시설을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강남 인구 유입에 속도가 붙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했다. ‘강북 억제, 강남 개발’ 문구처럼 한강을 기준으로 극명히 나뉜 흑백 대비는 도시에 선명히 남게 되었다.


강북 용산구는 금싸라기 땅이지만, 미군 기지와 남산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으로 그 속에서도 지역 편차가 심하다. 세련되고 높은 건물이 들어선 신시가지와 아직 60년대에 머무르고 있는 동네가 공존한다. 당시의 정책과 단절로 개발되지 못한 동빙고동이 그러하고, 그곳에 ‘마하 한남’이 또다시 흑백 대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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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마켓, 2, 3층은 목욕탕, 4층은 가정집으로 사용되던 목욕탕 건물에 마하 건축사사무소는 3층과 4층을 리모델링하여 각각 사무소와 카페로 사용한다. 목욕탕 건물은 외부로부터 내부를 숨기기에 은밀하며 프라이빗한 공간을 가진다. 그래서 반전된 공간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곳 역시 예상치 못한 전개와 재료 사용, 가구를 통해 안과 밖, 각 층과의 관계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건물 입구에 세워진 소개 간판보다 더 눈에 띄는 귀빈탕, 미용실, 이발소 문구는 필자가 향하는 곳이 가정집이었음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금의 기대를 품게 해준다.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들락거렸던 목욕탕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카페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갑자기 바뀌는 공간의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기존 목욕탕이 보여준 느낌과 흡사하다.


거실로 사용되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독특하다. 변전소와 한강, 아파트가 켜켜이 중첩된 모습으로 개발지역과 그렇지 않은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강을 기준으로 나뉜 흑백 대비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다른 방에도 창이 뚫려 아파트와 나무가 겹쳐 보이고 서로 다른 높이와 입면을 가진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려한 가구와 난로, 한쪽에 마련된 건축가의 작업실은 건축가의 꿈을 꾸게 해줄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건축가의 서재 컨셉에 맞게 재료 샘플, 모형, 도면 집, 관련 서적이 있어 구경해보는 재미가 있다. 더욱 흥미로운 건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샤워실까지 구비되어있는 이곳은 밤샘 작업이 많은 설계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또한 낭만과 현실 사이의 대비가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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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말동무가 되어줄 사람들을 만날 사랑방으로 그 역할을 다했던 목욕탕은 산업화와 도시화, 낙후된 지역은 코로나 사태로 힘없이 사라져갔다. 비록 동일한 공간에 들어선 곳은 아니지만, 오늘날 카페가 이 모든 것을 대체해주기에, 이곳은 오랜 시간을 굳건히 이곳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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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마하 건축사사무소 ( @maha.architecture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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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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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동빙고동 21-2, 4층

매일 12:00 - 22: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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